▷올해 국내에서 규모 4.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한 것은 처음이다. 1978년 지진 관측 이래 역대 38번째 규모다. 문제는 규모가 아니라 발생 지역이다. 괴산 등 중부 내륙은 한반도에서 지진이 가장 드문 지역으로 꼽혔다. 규모 10위권 이내의 주요 지진은 동해와 서해 해안이나 섬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괴산 진원지의 반경 10km 이내에서 발생한 지진 기록도 40년 넘게 없었다. ‘지진 안전지대’에서 발생한 의외의 지진인 셈이다.
▷한반도가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곳이라는 통념은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경주와 포항에서 잇따라 발생하면서 깨졌다. 국내에서 관측된 가장 강력한 지진은 2016년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이다. ‘천년 유물’ 첨성대가 기울어졌고, 이재민 100여 명이 발생했다. 이듬해 포항 지진(5.4)은 역대 두 번째 규모였지만 이재민은 10배 이상 많았다. 특히 수능 하루 전날 발생해 시험이 일주일 연기되는 등 전국적 혼란을 가져왔다.
▷지질학자들은 최근까지 활동했고, 가까운 미래에 움직일 수 있는 활성 단층이 한반도에 450여 개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부는 경주 지진 이후 2041년까지 전국의 활성 단층 전수조사에 나섰는데, 충북 일대는 올해 조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조차 “지진 발생을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이 아직 없다”고 한다. 내진설계 기준 등 잘못된 통념에 따라 만들어진 기존 대비 체계를 하루빨리 바꾸지 않으면 무방비나 다름없는 상태에서 대형 지진을 맞게 될 수도 있다.
정원수 논설위원 need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