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코너] 손오공
베이징 올림픽의 마스코트로 우리에게도 친근한 「서유기」의 주인공 손오공이 뜨고 있다. 손오공의 이마에 오륜(五輪)이 박힌다는 것은 고금을 잇는 전설 속의 맥락으로 흥미있는 일이다. 원숭이 세계를 지배한 손오공은 하늘을 지배하고 있는 옥제(玉帝)에 도전한다.
무엄하다 하여 전쟁을 일으키는데 손오공은 스스로를 제천대성(齊天大聖)으로 자존하고 대들었다가 잡힌 몸이 되어 500년을 갇혀 산다. 곧 무모하지만 신선한 도전정신과, 천제를 빼고 하늘 아래 당할 자가 없다는 손오공이 올림픽 승부정신에 합당하다는 것이 그 뜨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다. 둘째로 강적과 싸울 때 빈틈없는 긴장, 유연하면서 지칠 줄 모르는 몸놀림, 압도적인 역동감, 위기를 극복하고 마는 정신력의 손오공이야말로 올림픽 정신의 구현이라는 것이다.
손오공을 「수호전」의 노지심, 「삼국지」의 장비, 희랍신화의 프로메테우스에 비유한 노신(魯迅)이, 자부심이 대단하면서 싸울 때는 힘의 극대화를 위해 양보도 하고 물러설 줄 아는 조화의 명수라 했음을 들어 올림픽 정신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그 많은 전설과 소설의 주인공 가운데 대설산(히말라야)을 넘어 서역까지 진출한 것은 손오공이 유일하다 하여 세계적 행사의 마스코트로 십상이라는 것이다.
베이징 올림픽 때 성화 봉송을, 사상 처음으로 세계의 지붕인 히말라야를 넘게 하는 의도와도 맞물리는 마스코트 손오공이기도 하다. 이 손오공이 이번에는 오대양 육대주를 모조리 석권한다는 시공(時空) 확대를 이마의 오륜이 상징하는 것이 된다.
이를 계기로 정설이 없는 손오공의 정체와 태어난 고향 찾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인도의 원숭이 신앙의 모체인 하누마트가 모델이라는 설과 당나라 때 서역에 가 천축을 순례하고 돌아온 차오공(車悟空)이 모델이라는 설이 대두되고 있으며, 고향으로는 바위를 가르고 태어났다는 화과산(花果山)이 황해변 장쑤성(江蘇省) 롄윈강(連雲港)에 있는 나지막한 바위산이라 하여 손오공의 피를 이어받았다는 원숭이를 집단 사육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상상 속의 존재라 손오공의 고향을 둔 이론도 많았는데 모택동이 생전에 롄윈강으로 못박는 바람에 이론들이 맥을 못 추다가 올림픽을 계기로 뜨게 된 것이다.
(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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