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기준으로 전국의 CCTV는 약 1600만 대로 추정된다. 인구 3.2명당 1개꼴이다. 구청이나 경찰이 설치한 것보다 민간 부문이 보유한 것이 10배 이상 많다고 한다. 이 총경과 박 구청장의 참사 당일 행적을 포착한 것도 옷 가게나 식당 등 상인들이 설치한 카메라였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0년 감시 카메라 노출 빈도를 조사한 결과 하루 최대 110회, 이동 중에는 9초에 한 번꼴이었다. 대수가 그때보다 2배 이상 늘어난 만큼 노출 빈도 역시 크게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참사 현장 인근에는 최소 수십 대의 감시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 과거엔 저해상도 노후 카메라가 많았는데, 지금은 대부분 설치된 지 5년 미만의 최신형으로 교체됐다. 고화질의 화면에 줌인 촬영도 가능해서 현장의 감시자 역할을 톡톡히 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감시 카메라의 화면은 아직 공개된 적이 없다. 경찰은 사고 현장과 인근이 찍힌 157건의 영상자료를 확보했다. 이 중에는 수사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이른바 ‘스모킹건’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감시 카메라의 천국’ 영국은 전국적으로 425만 대, 런던에만 62만 대의 CCTV가 있다. 카메라가 시민들의 행동을 24시간 내내 감시하는 곳이다. 서울도 8만 대의 공공 부문과 그 10배인 민간 카메라까지 합치면 런던 못지않게 감시망이 촘촘하다. 이런 곳에서 자신의 행적을 숨기거나 포장하려고 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일 따름이다.
정원수 논설위원 need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