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동안 승승장구했던 빅테크들이 경기 침체에 대비해 허리띠를 잔뜩 졸라매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빅테크들은 지난해 최대 실적과 넉넉한 현금 주머니를 바탕으로 고용과 투자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2분기 실적이 기대를 밑돌고 3분기 실적이 ‘어닝 쇼크’로 이어지자 구조조정에 나섰다. 아마존은 직원들에게 고용 동결을 공지했고 애플 역시 연구개발 부서 외에는 채용을 중단했다. 최악의 실적을 낸 페이스북의 모기업 메타는 앞서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넷플릭스는 올해 들어 500명 가까이 해고했다.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FAAMG)의 주가는 올해 무려 34.7%가 하락했다. “2000년 닷컴 버블 붕괴와 닮은꼴”이라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2000년 3월 정점에 이르렀던 나스닥 지수는 거품이 사그라진 2002년 10월까지 약 78% 하락했다. 당시 아마존 야후 구글 등 IT 기업들이 과열된 주가에 비해 형편없는 실적을 냈고, 투자자들이 이탈하며 주식시장이 붕괴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은 직원을 내보내고 월급을 깎기 시작했다.
▷빅테크의 대규모 감원은 곧 사업 재편을 의미한다. 닷컴 버블 붕괴의 상징이었던 아마존이 그 시련을 딛고 빅테크로 성장한 것처럼, 기업들은 사업의 옥석을 가려가며 생존 전략을 찾으려 할 것이다. 다만 IT 산업은 세계가 하나의 시장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글로벌화된 것이 특징이다. 미국 빅테크의 경영 한파는 경쟁 격화든 위기 전염이든, 어떤 형식으로든 곧 한국으로 전파될 가능성이 높다. 추운 겨울을 단단히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