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反戰 性스트라이크
엊그제 3일 텍사스 오스틴을 비롯해 코펜하겐, 베오그라드, 프놈펜까지
포함한 전 세계 56개국에서 750회의 반전 희극의 동시 공연과 낭독회가
있었다. 전례 없는 동시 행사의 희극은 고대 희랍 아리스토파네스의
'리시스트라테'로 군대를 해산시키는 여인이란 뜻이며 '여자의
평화'로 번역되기도 한다. 이 작품이 쓰인 시대는 희랍이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하고 있었고 시칠리아섬 대원정에 실패하는 등 전쟁 와중으로
시민의 전쟁혐오가 극에 다달아 있을 때였다. 무대는 군자금을 보관하고
있는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신전(神殿)의 정문이다. 미모의 아테네 여인이
이 문전에서 반전에 뜻을 같이 하는 부인들을 규합한다. 이 여인들은
신전에서 농성, 전쟁에만 지새우는 남편들과 잠자리를 같이 하지 않기로
하는 섹스 스트라이크에 들어간다. 스파르타에서도 이 성파업에 동조,
전사(戰士)인 남편들을 침실에 들이지 않는다. 군자금이 떨어져 신전에
달려왔으나 이 농성 여인들에 의해 빗장이 굳게 채워져 있었고 고독한
밤을 참을 수 없는 전사들이 하나 둘 이 신전 정문 앞에 와 굴복을 하고
만다는 반전 코미디다.
이 희극이 뿌리가 되어 이 신전 정문은 여성운동의 성지가 돼 내렸으며
특히 1970년대 맹렬여성들이 기승을 부렸을 때 이곳에선 거의 매일 여권
시위가 벌어졌었다. 뿐만 아니라 반전 평화운동의 성지로 2차대전 후에
반핵운동이나 시위는 이 정문 앞에서 베풀어야 권위가 붙었다. 동서
베를린의 경계에 서있던 브란덴부르크 문(門)은 바로 이 신전 정문을
그대로 본뜬 것으로 기둥도 똑같이 여섯 개요, 복판 상단에 평화의
여신이 지팡이를 짚고 서 있는 것도 바로 이 평화 이미지를 구현한
것이다.
뉴욕의 시민 운동가 캐서린 브름이 기원전 5세기에 상연된 이 희극에
착안, 뉴욕시에서 상연을 기획한다는 사실이 인터넷으로 알려지자 국내뿐
아니라 국외 56개국에서 공연과 낭독회 참가를 신청해와 3월 3일을 기해
온 세계 동시 공연으로 새로운 형태의 반전시위를 시도한 것이다. 이
낭독회에서의 캐서린 브름의 발언이 걸작이다. "로라 부시와 셰리
블레어, 후세인의 3명의 부인들도 이 반전 성(性)스트라이크에
참여하기를 바란다"는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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