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넥타이 소송
여성 공무원에게는 자유복장을 허락하면서 남성 공무원은 넥타이를 매지
않으면 안 되게 돼 있는 복무규정은 성차별이라는 넥타이 소송이 지금
영국에서 진행 중이다. 복무규정에 '깔끔한 복장'으로만 돼 있지만 그
깔끔 속에 넥타이가 강요되어 있음을 든 것이다. 이 소송은 한국을 비롯
온세계 샐러리맨의 공통 불만이기에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미국에
망명했던 갑신정변 주역 이규완의 회고담에 「서양사람들 목에
댕기(넥타이) 매기를 조선사람 상투에 망건(網巾) 쓰듯 한다」 했다.
그렇다면 요즈음 사람들이 넥타이를 매야 격조를 갖추고 행세하는 것과
조상들이 상투 좇고 망건 써야 인격을 갖추고 대접받는 것과 그 사회적
의미에 있어 다를 것이 없다. 머리에 이고 다니던 것을 목에 매는 것이
달라졌을 따름이요, 그토록 관모(冠帽)에 집착했듯이 현대 한국인은
넥타이에 집착한다 해도 대과가 없다.
넥타이를 뒤집어 보면 'Cravate'라 쓰인 작은 천이 붙어있게 마련인데
17세기 프랑스 크라바트 연대 병사들의 스카프에서 넥타이가 비롯됐음을
말해주며, 다시 그 뿌리는 로마제국 병사들의 머플러로 소급된다.
중앙아시아의 기마민족도 머플러를 날리며 달렸고 서부극의 기병대도
노란 머플러를, 일본 특공대는 하얀 머플러를 둘렀다. 보이 스카우트·걸
스카우트, 그리고 공산국가들의 피오니르, 중국의 홍위병도 빨간
머플러를 했다. 곧 조직력과 통제와 용기를 요구하는 남성문화의 상징
속에 넥타이가 유지돼 왔으며 그 조직인으로서의 향수가 넥타이를
고집시킨 사회심리라는 해석도 있다.
루돌프스키라는 문화인류학자는 자신의 육체의 추악한 부위를 은폐하고자
넥타이 같은 제복성 의상에 도피한다 했고 엘릭 기르는
「의상론(衣裳論)」에서 인간은 그의 잠재적 불안을 해소하는 수단으로
목이나 허리를 조이고 작은 신발로 발을 학대한다 했다. 넥타이를 하면
혈액순환에 지장을 받고 사고력도 저하되며, 외모의 획일화로 전체주의를
지향하는 것 등은 생리와 자유시대에 역행이라 하여 배척론이 자주
제기돼 오기도 했다. 새 정부의 젊은 한 장관이 취임식에 캐주얼
차림으로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복장혁명이 기치를
올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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