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칼럼

[김형석 칼럼]국민을 경시하는 정치는 용납할 수 없다

bindol 2022. 11. 12. 08:42

[김형석 칼럼]국민을 경시하는 정치는 용납할 수 없다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입력 2018-10-30 03:00업데이트 2018-10-30 08:
우리의 최대 과제는 북의 핵 폐기, 정부가 성급하게 북한의 개혁 믿어
혼자 해결하려는 시도가 불안 가중… 국민 공감대 형성하려면 신중해야
공직자는 애국적 민주정신 따라야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우리나라 민주주의 역사에서 가장 어려웠던 시기는 박정희 정권의 유신헌법부터 전두환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였다. 전두환 정권이 출범할 때 우리는 모처럼 궤도에 오른 경제가 어떻게 되는가 걱정했고, 박 정권 때 무너진 교육계의 앞날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경제는 성장을 이어갔고 교육은 제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무엇이 원인이었는가. 전두환 전 대통령이, 우리는 경제와 교육에는 문외한이고 책임질 능력이 없으므로 그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위임할 테니까, 도와 달라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경제와 교육계의 전문가들이 그 책임을 맡았기 때문에 그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지금 우리는 경제·교육 모두가 위기를 맞고 있으며 시련을 겪고 있다. 어떤 이들은 경제는 청와대가 개입하지 말고 총리 산하에서 전담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평한다. 많은 국민은 문재인 정부에서 선출한 교육부 장관들이 적임자였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경제 담당자들을 경원시하는 풍조가 높아졌고 모두가 타당치 않게 여기는 친노조 정책은 어떻게 될 것인지 불안해한다. 산업혁명 초기에는 노사가 투쟁하는 시기였다. 그러나 지금은 노사가 협력하여 기업을 육성하면서 그 국제적 결실을 사회가 공유하는 위치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무엇이 이런 역주행하는 결과를 만들었는가. 청와대의 독선적 사고와 민의(民意)를 배제시키는 정책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는 민의를 조작하기도 했고 정해놓은 정책의 기틀에 국민의 삶을 맞춰 가는 강제성을 엿볼 수도 있다. 그것은 애국적 선택이기보다는 이념을 앞세운 정권적 요청이었다. 여당 지도층에서 야당을 배제한 영구집권 운운하는 발언을 접할 때는 민주정치의 희망을 거부하는 두려움을 안겨 준다.

야당의 위상에도 큰 차이가 없다. 박근혜 정권의 책임자들은 자성하는 침묵의 자세만이라도 갖춰야 한다. 그런 반애국적인 정권주의가 지속된다면 국민의 실의와 실망은 가중될 뿐이다. 잘못을 인정하는 곳에는 미래가 있으나 회개할 줄 모르는 정치인들은 국민으로부터 버림을 받는다.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최대의 관심과 과제는 북의 핵을 폐기시키는 일이다. 그것은 유엔과 세계사의 의무이며 미국과 대한민국에 부과된 숙제이다. 그 핵심은 김정은 정권에 대한 신뢰 여부이다. 그리고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는 북한 동포를 자유롭고 행복한 삶으로 이끌어주는 인도주의적 책임이다. 인권 문제는 인류의 보편적 최고 가치이기 때문이다. 한두 해의 결과로 끝날 수도 없고 북한 정권의 변화 없이는 해결될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대통령과 정부는 너무 성급하게 북한의 개혁을 믿으려 하며 우리가 선도적으로 종전과 평화를 추진시키려 하고 있다. 북한의 외교부가 러시아와 중국을 통해 유엔의 경제적 제재를 완화시키기 위해 협의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유럽을 방문해 같은 외교적 접근을 시도했다. 그 결과는 결실보다는 문제의 복잡성과 난맥을 더해 주었을 뿐이다. 북한 정권에 대한 유엔의 불신은 세계적인 공론과 통한다. 미국과 대한민국은 김일성 3대에 걸친 과거를 직접 체험해 왔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김정일이 무엇으로 보답했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 불신은 역사적 진실을 위한 길이기 때문에 남북의 두 정상끼리 믿고 약속하면서 국민의 협력을 요청할 정도로 용이한 바가 아니다. 그래서 유엔은 경제적 제재와 더불어 북한의 핵 포기를 추진하고 있다. 북한은 자유세계와 같은 언행일치의 정권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6·25전쟁부터 지금까지 북한의 무모한 도발 때문에 안보의 절대성을 방관할 수가 없다. 그런 막중한 문제를 한 정권이 단독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시도 자체가 국민의 불안을 가중시켜 주고 있다. 여야를 가릴 필요가 없다. 국민의 애국적인 공감대가 형성되고 정착되기 위해서는 신중하고도 적절한 접근과 방법이 필수적이다. 국민의 애국심을 가벼이 여기는 정권이 돼서는 안 된다. 국사를 담당하는 모든 공직자는 정권보다도 국민을 위하는 애국적 민주정신을 따라야 한다. 민주시민은 국가의 주인이기에 주어진 의무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우리들 각자의 선택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