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칼럼

[김형석 칼럼]대통령의 ‘선택’과 국민의 ‘기대’가 어긋난다

bindol 2022. 11. 12. 08:45

[김형석 칼럼]대통령의 ‘선택’과 국민의 ‘기대’가 어긋난다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입력 2018-11-27 03:00업데이트 2018-11-27 09:16
 
청와대 이념-시장경제 엇박자 심해… 경제정책은 150년 전 경제관 연상
더 큰 과제는 북한 비핵화와 민주화
자유·행복에 김정은 존재 의미 없어, 현 상황 그대로 연장해서는 안 돼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하고 1년쯤 지났을 때였다. 원로들이 초청을 받고 청와대를 방문한 일이 있었다. 대통령의 처음 인사말이, 중남미를 다녀왔는데 그 나라들이 우리 가전제품들을 쓰고 있어 놀랐고 경제 선진국 대통령으로서의 자부심을 느꼈다는 얘기였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함께 참석했던 K 교수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통령의 솔직한 인품은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국제무대에서 우리 경제 위상이 어느 정도라는 사실을 너무 모르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일반적으로 학원 안팎의 운동권 출신들이 국제사회와 담쌓고 사는 것이 우려스럽고, 사회 지도층 중에서는 법조계 인사들이 국제 감각에서 뒤지고 있다는 사실을 공감하기도 했다.

현 정부가 출범하고 1년여 지났다. 청와대의 경제이념과 국민경제가 참여하고 있는 시장경제 간의 엇박자가 그렇게 심할 줄은 몰랐다. 그 정도는 국가대표 선수들이 국제 경기장에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청와대가 그 경쟁은 중단하고 국내로 돌아와 밟아야 할 규정과 과정을 다시 거친 후에 국제 경기장으로 되돌아가라는 지시를 내리는 현상을 연상케 한다.

최저임금 문제도 그렇고, 정규직 강요도 그렇다. 주 52시간 근무제도 필요하다. 소득 증대는 누구나 원한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소득 증대가 국내 문제가 못 된다. 생산과 수출이 없이는 국민소득이 올라갈 수 없다. 그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산업혁명 초창기에 선진 국가 모두가 겪었던 노사 관계는 이미 옛날이야기다. 시장경제에서는 노사가 협력하여 좋은 기업을 육성해 그 혜택을 국민 전체가 누리도록 한다. 자본주의에 대한 배척 의지나 혐오 의식은 그 자체가 버림받고 있다. 삼성이나 현대와 맞먹는 기업체가 10여 개 존재한다면 일자리 창출은 자연히 해소될 수 있다. 일본의 경제 체제에서 충분히 입증되고 있으며 공산국가인 중국도 시장경제의 혜택을 받고 있을 정도이다.

 
대통령과 청와대의 경제정책은 150년 전 평등 위주의 경제관을 연상케 하는 때가 있다. 우리 대통령에게 주어진 더 큰 과제는 김정은 정권의 비핵화와 민주정치로의 복귀 문제다. 유엔의 노력은 물론 한미 동맹의 협력을 얻어 평화로운 통일의 어려운 길을 찾아 나선 것은 전 국민의 관심과 협조를 모으고 있다. 그 뜻이 성취된다면 우리 정부는 역사적 사명의 일익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김정은과 북한 정권의 속내와 약속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가이다. 그동안 대통령을 통해 우리는 이번만큼은 믿어보자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그런데 대통령은 여러 차례 되풀이해 믿을 수 있고 믿어야 한다고 호소하지만 김정은의 얘기는 직접 들어본 적이 없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는 식의 발언뿐이다. 대통령의 발언은 너무 많고 김정은의 이야기는 듣기 힘들다. 우리는 공산정권의 지도자나 정권 자체가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서는 어떤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다. 그것이 그들의 철학이며 정치 방법이다. 정직한 약속은 우리 것이지 그들의 것은 아니다. 김대중 정부 때 충분히 경험해 본 그대로다.

대통령이 믿는다고 해서 국민까지 다 믿고 따르지는 않는다. 대통령의 설득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보조를 같이했으나 미국의 여론은 그렇지 못하다. 유엔은 핵 문제는 일차적인 것이고 더 큰 문제는 북한의 인권 문제라고 보고 있다. 북한 동포의 자유와 행복을 위해서는 지금의 북한 정권은 존재의 의미가 없으며 존재해서도 안 된다는 시각이다.

 
북한 정권과 북한 동포를 현재와 같은 상황으로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그 점에 있어서는 우리 국민의 견해와 차이가 없다. 다시 말하면 우리 정부가 눈앞의 나무들만 보고, 장차 가꾸어야 할 한반도의 넓은 숲을 위한 미래를 잊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지금 우리 정부와 민족에 주어진 소중한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되겠기에 멀리 보면서 신중히 해결해 가고 싶은 것이다. 그것은 한 정권의 문제가 아니고 국민의 역사적 과제와 희망이기 때문이다.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