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칼럼

[김형석 칼럼]우리가 다 할 수 있다는 자만심이 문제다

bindol 2022. 11. 12. 09:02

[김형석 칼럼]우리가 다 할 수 있다는 자만심이 문제다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입력 2019-07-05 03:00업데이트 2019-07-05 03:00
 
우리가 다 할 수 있으니 국민은 따라오라
이념집단-독선 지도자가 이끈 국정 2년
국민들의 우려와 불신 높이는 결과 낳아
독재 공산 정권 암울한 과거 잊어선 안 돼
자유와 인간애 가치 영원히 존중돼야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60년 전 케네디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국민에게 호소했던 말이 생각난다. “여러분은 정부가 우리에게 무엇을 해 줄 것인가를 기대하기보다, 아메리카를 위해 내가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국민들의 애국심이 아메리카의 장래를 건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문재인 정부를 맞이하면서 ‘국민들과 함께 나라다운 나라를 건설하자’는 애국적 협력을 요청받기를 기대했다. 정부가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단계에까지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국민과 함께 가는 방향까지는 선택할 것을 바라고 있었다.

지난 2년 동안의 현상으로 보았을 때, 우리가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으니 국민은 따라와 달라는 자세로 바뀐 것 같은 인상을 갖게 한다. 정부라는 개념 대신 ‘우리’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민주당 정부이기보다는 정치이념을 함께하는 동지의식을 갖는 주체들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학생 시절의 운동권이나 재야세력이 주축을 만들었고 노동조합의 중심세력에 의해 수립된 정권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옳지 않다거나 잘못된 진보세력이라는 뜻이 아니다. 있을 수 있으며, 국민들이 선출한 정부이기도 하다. 문제는 국민 다수와 전문가들이 원하고 기대했던 것보다는 현 정권의 주장과 신념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그 안에서도 이념집단의 성격과 독선적인 자만심을 갖는 지도자들이 2년 동안의 국정을 이끌어 왔다는 사실이다. 생각 있는 국민들이 우려와 불신을 높여 가는 결과가 되었다. 청와대의 폐쇄적인 아집으로 국민의 불안과 국정의 파국을 초래한 과거의 정치 전례를 보아 온 국민들이 현 정권 특히 청와대에 대한 회의와 불신을 갖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세계 역사를 아는 사람들은 ‘우리는 무엇이나 할 수 있다’는 자만심을 갖고 출발한 정권들이 성공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체험했다. 군사정권이 정치에 성공한 예가 없으며 공산정권이 지금까지 건국 당시의 주장대로 존속된 전례가 없다. 남미의 좌파정권들과 북한이 보여 주는 역사적 교훈이다. 거만한 지도자가 존경받지 못하고, 성실한 지도자가 역사를 건설한 것도 역사의 교훈이다.

 
국민들은 대한민국을 사랑하며 우리가 선출한 정부를 지지 협력하고 싶기 때문에, 우리는 무엇이나 할 수 있고 해야 한다는 자만심은 자성해 주기를 바란다.

우리는 대통령의 발언과 기념사를 들을 때마다 100년 이상의 세월이 지나면 역사가들이 순리에 따라 국민들과 더불어 해결할 수 있는 역사적 평가를 5년의 정권 책임자가 그렇게 쉽게 발언할 수 있을까를 의심하는 때가 있다. 역사학자들도 삼가는 역사적 평가와 해석에 해당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적폐청산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문제는 5년 임기 말까지 지속될 것 같다는 점이다. 더 광범위하게 걸쳐질 것 같다. 대표적인 사립대학까지 감시하겠다는 게 교육부의 심산이다. 그러나 국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교육부를 폐지하는 편이 좋은 교육을 위해 현명한 선택이라는 생각이다. 그런데 현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정책은 자유 민주국가의 위치에서 본다면 누구도 찬동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가고 있다. 민주주의 교육이 가장 우려하는 교육 가치는 획일성이다. 교육은 다양성에 따르는 인간 가치의 구현이다. 자사고의 문제도 그렇다. 다양한 창의성을 발휘할 인재를 위해서는 다른 성격의 교육도 개발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진보정치의 선구적 공로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교육에 있어서는 노무현 정부가 폐쇄적이었고, 현 정부는 노무현 정부 때보다도 더 폐쇄적인 방향을 택하고 있다.

 
우리가 크게 걱정하는 것은 역사와 사회적으로 누구도 경시해서는 안 되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한 인권의 존엄성이다. 과거사의 재평가는 필요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 결과로 국민의 인권이나 사회적 공헌까지도 배제당해서는 안 된다. 독재국가나 공산주의 정권의 암울했던 과거를 잊어서도 안 된다. 인간애가 있는 자유와 평등은 공존할 수 있어도 권력으로 강요하는 평등은 역사와 사회악을 증대시켜 줄 뿐이다. 자유와 인간애의 가치는 인류 역사와 더불어 영원히 존중되어야 한다.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