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칼럼

[김형석 칼럼]정치인과 공직자는 ‘애국적 양심’ 잃지 말라

bindol 2022. 11. 13. 08:23

[김형석 칼럼]정치인과 공직자는 ‘애국적 양심’ 잃지 말라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입력 2020-12-18 03:00업데이트 2020-12-18 08:26
 
민생보다 정권 연장 집착하는 정부
사회 곳곳서 전례 없는 간섭 자행
反민주적 상황, 민주정치 포기한 듯
정의와 자유의 가치 사라지는 현실
우리 자신이 민주주의의 책임자다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벼농사를 짓는 사람은 논에 모를 심은 뒤에 때에 따라 수위를 살피며 적당히 비료를 준다. 얼마 후에는 벼 주변의 잡초를 제거해 준다. 그러면 벼는 스스로 자란다. 농부는 성장과 결실을 돕도록 살피면 된다. 자연 질서에 따른다. 필요 없이 벼를 건드리거나 뿌리 밑을 살피는 일은 물론 성장과 결실에 지장이 되는 일은 하지 않는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은 출발할 때부터 촛불혁명이라는 이해하기 어려운 혁신을 주장하면서 적폐청산을 비롯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조용히 자랄 수 있는 국민성장을 괴롭히고 통제하는 일에 열중했다. 경제에 있어서도 중차대한 거시적 국제정책은 외면하고 사소한 국내 문제에 집착했다. 처음 추진했던 정책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였고 후에는 최저임금제, 52시간 근무제 등을 법제화했다. 그 때문에 많은 영세 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직장 문을 닫았는가 하면, 재정적 여유는 없어도 행복을 찾아 살던 저소득층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잘 자라는 대기업에는 국제경쟁의 난국을 돕기보다는 대내적인 대립과 분열, 이기적 투쟁을 일삼는 노동조합을 강화했다. 노조 없이 노사가 화합하여 모범적인 기업으로 성공해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체는 사회적 기여도에 따라 타 회사에 모범적인 찬스를 권해야 한다. 우리 정권은 노조가 없는 기업체는 존재할 필요가 없고 마치 경제와 기업계의 이단자인 양 적대시할 정도다.

 
경제만이 아니다. 사회 모든 분야에 전례 없는 간섭을 자행했다. 입법을 서두르면서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정책 이상의 방향과 목표는 없다는 자세로 임했다.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다운 나라를 국민들에게 선언했다. 박근혜 정부가 실책은 있었으나, 조국 사태나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 같은 망신스러운 사태는 없었다. 공수처 입법은,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우리 정책을 권력으로 밀고 나가겠다는 집념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 정권욕을 위한 목적은 민주국가의 장래를 위해서가 아니다. 이미 세계무대에서 사라진 독재사회주의 국가의 유산임을 국민들은 다 알고 있다.

지혜로운 농부는 곡식이 자라도록 뒷받침만 하는데, 우리 정부는 자율적인 성장과 질서까지 짓밟아 버린 셈이다. 이런 분열과 투쟁, 주어진 목적을 위해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폭주는 끝내야 한다. 국민은 스스로 성장하고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본성과 저력을 갖추고 있다. 자율적인 질서를 빼앗거나 상실하게 되면 국가적 희망과 가능성까지 무력화시키는 죄책을 범한다.

현 정부가 비판하는 이승만 박정희 정부는 애국적 책임을 갖고 출발했으나, 후반기부터 정권욕에 빠져들면서 불행한 종말을 초래했다. 문 정부는 이념정권이기 때문에 정권목적을 갖고 출발했다. 지금도 정권 유지와 연장에 집착한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되는가. 국민을 위한 정부가 아니라 정권을 위한 국민으로 반전하는 반민주의 극치가 된다. 더불어민주당 안에 민주주의가 있다고 믿는 국민은 없다. 당 스스로가 민주정치를 포기한 지 오래다.

 
그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과거 어떤 정권보다도 국가와 사회의 정신적 기반이 되는 진실, 정의, 자유, 사랑의 가치가 사라져 가고 있다. 국민은 현 정권에서 무엇이 진실인가 묻는다. 정의는 편 가르기의 수단이 아니다. 국민을 위한 자유로운 주장과 토론은 민주당 안에서도 허용되지 않고 있다. 분열과 투쟁이 지속되는 사회에 인간애의 정신이 성장할 수 있겠는가. 물론 이 책임은 정치계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현 정권이 그런 실책을 주도해 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남아있다. 정치인이나 공직자는 태어날 때부터 대한민국 국민이다. 애국적인 국민으로 돌아가 정권에 기생하거나 이득을 보기 위해 애국적 양심을 상실하는 ‘양심적 전과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국민들이 끝까지 신뢰하는 사법부는 국가의 정신적 보루이다. 이 모든 의무의 주권은 자유 민주주의 국가를 염원하는 국민의 몫이다. 마지막 책임자는 우리들 자신이다. 진실, 정의, 사랑을 위한 국민의 신성한 선택과 의무인 것이다.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