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岳飛 파동
신라의 김유신(金庾信) 장군은 660년에 당나라와 연합, 백제를
패망시켰고, 다시 그 8년 후에 총사령관인 대총관(大摠管)으로 역시
당나라와 연합, 고구려를 패망시켜 반도통일의 위업을 이루었다. 그래서
위인이요 영웅으로 우러름을 받아 왔고 지금도 우러름 받고 있다. 한데
만약 김유신 장군이 외적 아닌 동일민족 백제와 고구려와 싸워 이긴 것을
두고 평가가 절하되어 교과서에서 그 이름을 지우려 든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비단 학계뿐 아니라 일반의 거센 저항에 부딪힐 것은 자명한
일이다.
지금 중국에서 굴지의 통시대적 영웅인 남송(南宋)의 장수 악비(岳飛)가
그 꼴을 당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아름다운 역사도시
항주(杭州)의 서하령(棲霞嶺) 남쪽 기슭에 악비를 모시는
악왕묘(岳王廟)가 있는데 그 묘 앞에 포승에 묶인 진회(秦檜)상을
세워두고 참배객으로 하여금 침을 뱉고 오물을 던지게 해 모욕을 당하게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여진족 금나라에 눌린 남송(南宋)의 역대
황제들이 금나라에 인질로 잡혀가 있는데, 국내에서는 진회를 중심으로
한 주화파(主和派)와 악비를 중심으로 한 주전파(主戰派)가 대립하고
있었다. 농부 출신이지만 학식이 있었던 악비는 500기(騎)로 금나라 군사
10만명을 물리치는 등 도처에서 전과를 올려 한(漢)족 자존심 속의
희망을 불사르고 있었다. 이에 진회는 간사한 술책으로 악비를 모략하고
심약한 황제를 책동하여 악비를 장수에서 해임시켰다. 이렇게 하여
오랑캐에 조공을 바쳤고 악비 주변에 몰려드는 주전파에 불안을 느끼자
악비와 그의 아들 악운(岳雲)을 모략하여 목졸라 죽였다. 등에
'진충보국(盡忠報國)'이라 쓰인 문신으로 모반군을 결속시키려 했다는
것이 죄목의 전부였다.
1000여년 동안 한민족의 영웅이 돼 내린 악비의 평가절하는 외적 아닌
동족 내부 간에 싸운 영웅은 민족 영웅이 아니라는 중국 교육당국의
해석에 준한 것이라 한다. 곧 여진족인 금나라를 한(漢)족과 동족으로
보았으며 여기에도 논란의 불씨를 던져놓은 셈이다. 지금 여진족은
한족과 동화되어 만주지방에 가면 미국의 인디언보호지역처럼
만주족(여진족)보전지역을 두고 있을 만큼 사라지고 없다. 동화된
여진족을 유화시키는 대동(大同)정책으로 달라진 역사의 잣대 때문에
악비가 수난받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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