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궁상맞아서가 아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올해 상반기(1∼6월) 세대별 체감경제고통지수를 산출했더니, 20대가 25.1로 모든 연령대 가운데서 가장 높았다. 체감실업률과 체감물가상승률을 합산한 체감경제고통지수는 그 숫자가 커질수록 경제적으로 궁핍하다는 뜻이다. 주된 원인은 인플레이션이다. 20대 체감물가상승률은 5.2%였는데 유일하게 5.0%를 넘긴 연령대였다. 청년들의 지출 비중이 높은 음식·숙박, 교통, 식료품의 물가가 평균보다 많이 올랐다.
▷경제위기에선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 체감경제고통지수는 60대(16.1)가 20대 다음으로 높았고, 모든 연령대에서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경제적인 고통을 크게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똑같이 자장면 한 그릇을 먹어도 소득이 적을수록 부담이 된다. 취업 준비 중이거나 이제 막 취업해 소득이 적은 청년들은 생활비 상승이 더 고통스럽기 마련이다. 세계적으로 청년 세대에 인플레이션 고통이 집중된다는 보고서가 나오고 있다.
▷‘인턴 신분의 황은채와 나는 백만 원의 월급을 받으며 매일 아홉 시 반부터 이르면 저녁 여덟 시, 늦으면 열한 시 정도까지 일했다. … 점심과 저녁 식대가 따로 나오지 않아 식비나 출퇴근 교통비를 제외하면 남는 돈이 없었지만, 괜찮았다.’ 박상영의 소설 ‘요즘 애들’은 사회초년생인 20대에게 매몰찬 노동시장의 실상을 그렸다. 주인공은 버티지 못하고 그만둔다. 20대가 겪는 경제적인 고통은 결국 일자리 문제에서 비롯된다. 노동시장의 진입 장벽을 높이고 올라서는 사다리를 차버리면서 ‘요즘 애들’ 탓만 해선 안 될 일이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