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

[횡설수설/우경임]‘요즘 애들’의 고통지수우경임 논설위원

bindol 2022. 11. 15. 08:35
동아일보|오피니언

[횡설수설/우경임]‘요즘 애들’의 고통지수

입력 2022-11-15 03:00업데이트 2022-11-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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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원으로 일주일 살기, 냉파(냉장고 파먹기) 요리법, 무지출 데이트…. 요즘 인터넷상에는 ‘무지출 챌린지’ 성공기와 실패기가 넘쳐난다. 치솟는 물가에 생활비를 줄이려고 아예 지갑을 닫아버린 청년 자린고비들이다. 웬만하면 걸어 다니고 식사는 회사에서 해결한다. 보고 싶은 친구는 온라인으로 만난다. 회사에서 속상한 일이 있어 치맥(치킨과 맥주)을 시키려다가도 “내 마음만 상하고 내 돈만 쓰는 일”이라며 꾹 참고 화를 다스리는 영상도 있다.

▷유독 궁상맞아서가 아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올해 상반기(1∼6월) 세대별 체감경제고통지수를 산출했더니, 20대가 25.1로 모든 연령대 가운데서 가장 높았다. 체감실업률과 체감물가상승률을 합산한 체감경제고통지수는 그 숫자가 커질수록 경제적으로 궁핍하다는 뜻이다. 주된 원인은 인플레이션이다. 20대 체감물가상승률은 5.2%였는데 유일하게 5.0%를 넘긴 연령대였다. 청년들의 지출 비중이 높은 음식·숙박, 교통, 식료품의 물가가 평균보다 많이 올랐다.

▷경제위기에선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 체감경제고통지수는 60대(16.1)가 20대 다음으로 높았고, 모든 연령대에서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경제적인 고통을 크게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똑같이 자장면 한 그릇을 먹어도 소득이 적을수록 부담이 된다. 취업 준비 중이거나 이제 막 취업해 소득이 적은 청년들은 생활비 상승이 더 고통스럽기 마련이다. 세계적으로 청년 세대에 인플레이션 고통이 집중된다는 보고서가 나오고 있다.

 
▷20대가 겪는 경제난이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더 문제다. 20대 체감실업률은 19.9%에 달한다. 고학력자는 늘었는데 그에 맞는 일자리는 줄어들어 일자리 미스매치가 심각해서다. 노동개혁 같은 구조적인 해법이 있어야 이 문제가 해소될 것이다. 20대의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29.2%로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높다. 주로 전세나 월세 보증금인데 고금리의 직격탄을 맞게 생겼다.

▷‘인턴 신분의 황은채와 나는 백만 원의 월급을 받으며 매일 아홉 시 반부터 이르면 저녁 여덟 시, 늦으면 열한 시 정도까지 일했다. … 점심과 저녁 식대가 따로 나오지 않아 식비나 출퇴근 교통비를 제외하면 남는 돈이 없었지만, 괜찮았다.’ 박상영의 소설 ‘요즘 애들’은 사회초년생인 20대에게 매몰찬 노동시장의 실상을 그렸다. 주인공은 버티지 못하고 그만둔다. 20대가 겪는 경제적인 고통은 결국 일자리 문제에서 비롯된다. 노동시장의 진입 장벽을 높이고 올라서는 사다리를 차버리면서 ‘요즘 애들’ 탓만 해선 안 될 일이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