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 코너] 복제인간 古今

bindol 2022. 11. 17. 05:19

[이규태 코너] 복제인간 古今

조선일보
입력 2002.12.01 19:54
 
 
 
 


중국 삼협(三峽)이 시작되는 장강(長江) 오른쪽 기슭에 풍도라는
지옥도시가 있다. 사람이 죽어서 가는 지옥에 관한 전설을 지상에
재현시켜 놓았는데 염라대왕의 심판을 거쳐 이승에 나갈 때 거쳐가는
부활의 방도 있다. 이 방에서 분해된 인체들이 쌓여 있어 피골(皮骨),
사지(四肢), 그리고 오장육부(五臟六腑)를 공급받아 새 사람이
만들어지는 인간복제 공장이다. 마지막 공정이 마음을, 새로 조립된 육체
속에 집어넣는 작업이다. 마음에는 나를 위하는 마음과 남을 위하는 마음
두 가지가 있어 열 개의 마음을 골라 넣게 돼 있는데 십중팔구 나만을
위하는 마음을 선택하기에 복제인간 세상은 좋아질 날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복제인간이 없지 않았다. 동냥온 월출산 대사를 묶어 놓고
400대의 뜸을 뜬 옹고집에 대한 응징으로 대사가 복제인간을 만든다.
볏짚 한 줌으로 허수아비를 만들고 부적을 써 넣은 다음 신접(神接)을
하니 옹고집과 생김새며 말투·행동거지까지 조금도 다르지 않은
복제인간이 태어난 것이다. 이 복제 옹고집에게 진짜 옹고집이 마누라,
노비, 아들 딸 재산까지 빼앗기고 떠도는 신세가 된다. 복제인간은
한국에서도 말로가 처량했다.

올더스 헉슬리의 과학소설 '신나는 세상'에서는 수정란을
보카노프스키법으로 처리하면 96개의 싹이 돋아나고 싹 하나가 하나의
성인이 되어 96명의 복제인간이 양산된다. 섹스는 완전 오락이요,
부모형제를 둔 의무도 사라지고, 연인이나 아내나 남편 자녀 때문에
속썩일 일도 없다. 화학반응 일으키듯 시험관 속에서 그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와 자질을 배양하여 수요에 충당하는, 그야말로 신나는
세상이지만 너무 무료해 야기될 발광과 자살의 숙제는 풀지 못했다.

이 소설 속의 복제인간이 내년 1월에 실제로 태어난다 하여 세상이
들뜨고 있다. 이미 타임지는 이 복제인간 출현을 예언, 지상에서
사라지고 없는 공룡 복제도 서두르고 있는 판이라 2044년의 미국 대통령
선거에는 공화·민주 양당에서 과거의 위대했던 자당 지도자의
복제인간을 만들어 링컨과 루스벨트가 텔레비전 토론을 하고 제퍼슨에
케네디가 도전하게 될 것이라 했다. 복제인간을 둔 옹고집전처럼 세상은
코미디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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