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사라져가는 무지개
하늘에 걸친 오색 무지개처럼 분명히 있는데 다가가 보면 없어지는
행복의 속성이 김동인(金東仁)의 단편 「무지개」의 주제다. 영국의
데이비드 로렌스는 장편 「무지개」에서 무지개에서 평등의 이상을
보았고, 고대 페르시아에서는 무지개가 서면 임금은 그 지방의 옥에 갇힌
죄수를 석방케 하는 것이 관례였으니 자유의 상징이었다.
자유·평등·행복의 상징이기도 했지만 불길한 조짐이기도 했다.
선조(宣祖) 임진년에 궁에 있는 샘에서 푸른 무지개가 일어나더니 임금이
계신 방에 뿌리를 박았다. 두세 차례 자리를 옮겼으나 무지개 뿌리가
따라 움직였다. 이 이변이 있던 날이 왜적이 부산포를 기습 점령하던
바로 그날이었다. 구약에 노아의 방주 위에 무지개가 섰듯이 홍수나
큰물의 조짐이기도 하여 우리 속담에 '서천에 무지개 서면 강변에 소를
매지 말라'는 것이 있다. 피그미족은 지상을 해코지하는 천상의 뱀으로
무지개를 보았고, 잉카족은 무지개가 서면 눈을 감고 집안으로 숨는다.
카프카스 지방에서는 무지개를 하늘이 아기들 납치하러 보낸 아름다운
악마로 보았고―.
세계적으로 공통된 무지개의 이미지는 하늘과 땅, 이승과 저승,
초월계와 속계(俗界) 하는 이원 세계를 연결하는 통로라는 점이다. 신라
진지왕이 죽어 생전에 사랑했던 도화녀의 방에 유숙하는 7일 동안 그
지붕 위에 무지개가 걸려 있었다 함이며, 티베트에서 무지개와 다리가
같은 말인 것은 무지개가 천지 간을 오가는 다리이기 때문이다.
페르시아에서는 이승에서 저승으로 가는 무지개의 폭이 악인에게는 칼날
같고 선인에게는 창(槍) 길이의 아홉배나 되리만큼 넓다 했다.
유명(幽明) 간을 중개하는 샤먼(무당)이 희랍에서는 7색 숄을 걸치고,
성서에서는 7색 베일을 썼으며, 한국에서는 7색 색동옷을 입었던 것도
바로 무지개가 초월계로 통하는 다리요, 한국의 산사에 들려면
무지개다리를 건너기 일쑤인데 바로 부처님이나 관음보살 사는 곳과의
연결이 무지개로 돼있기 때문이다.
이 무지개가 한국에서 사라져 가고 있다는 통계 보도가 있었다.
전란·천재·병액의 조짐으로서는 사라져도 무방하지만 아직도 미흡한
자유·평등·행복 그리고 무지개를 통한 정신적 평안을 위해 이 정신
교량파괴에 의연히 맞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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