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 코너] 블론드 소멸설

bindol 2022. 11. 19. 15:22

[이규태 코너] 블론드 소멸설

조선일보
입력 2002.10.03 19:51
 
 
 
 


우리 조상들은 미인의 조건으로 이백(二白) 이홍(二紅) 이흑(二黑)을
쳤다. 살결과 이는 하얄수록 예쁘고 입술과 볼은 붉을수록 예쁘며 머리와
눈동자는 검을수록 예쁜 것으로 쳤다. 따라서 검지 않은 머리, 검지 않은
눈동자에 대한 인식은 최악이었다. 두만강 건너 이따금 침범했던
러시아사람들을 얕잡아 불러 '노랑캐(黃毛狄)'라 했는데 바로 그들
노랑 머리와 오랑캐의 합성어임을 알 수 있다. 개화기 서양사람을 얕잡아
부르는 속칭이 되기도 했던 그 말은 바로 블론드 머리에서 비롯되었던
것이다. 여염에서도 노랑머리는 아들 못낳을 상이라 하여 소외받았고
시집을 못가 무당으로 곧잘 빠졌다. 눈동자도 검지 못하고 푸르면
장님으로 알았고 눈이 파란 개마저도 기르기를 기피했다.

한데 노랑머리인 블론드 선망의 서양문화는 유구하다. 태양신인 아폴로는
블론드요 영웅 알렉산더대왕도 블론드다. '실락원(失樂園)'에서 밀턴은
에덴동산의 이브를 '꾸밈없고 빗은 적 없는 금발이 부드럽게 허리까지
처져있었다'했고 하이네는 눈부시게 빛나는 금발을 빗고 있는
로렐라이를 읊었다. 성모 마리아의 머리는 노랑색의 블론드요 천사들도
모두가 노랑머리에 파란 눈이다. 고대 로마의 북방공략의 저의 가운데
하나가 북구의 금발 유전질을 로마에 유입시키기 위함이라는 설마저도
있다. 개화기에 비누를 '사분'이라 했는데 프랑스 말 사봉에서 비롯된
것으로 그 어원은 로마시대 게르만 민족의 블론드 머리 염색약인
사포에서 비롯된 것이다. 헨리 8세는 진짜 황금 가루를 머리와 수염에
뿌리고 살았다.

수퍼모델 로슘바며 프로야구 스타 피아자, 골프 신동 우즈마저도
블론드로 염색했고 미국 배우나 탤런트의 과반, 일반 여성 3명 중 한
명꼴이 금발 염색을 하고있다고 '유에스 투데이'지가 보도했었다.

그 금발이 우생학적 열성으로 번져나가지 못하고 200년 후에는 소멸될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보도되었다. 이미 런던대학의 해부학 교과서인 J Z
영의 '인간학 서설'에 일광에 굶주린 불완전 미숙의 인간상이 금발에
푸른 눈동자라 해서 그 결함이 예고됐었다. 하느님이 사람을 구어 만들
때 지나치게 구어 타 버린 것이 흑인이요 설익은 것이 백인이며 알맞게
잘 구어낸 것이 황인이라는 말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블론드 멸망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