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주걱 박수
혹 떼러 갔다가 혹 붙이고 오는 것을 빗대어 「주걱 뺨맞고 온다」고
한다. 흥부가 놀부 집에 양식 얻으러 갔다가 걷지도 못하게 얻어맞고
기어나오면서 형수한테 인사라도 하고 가려고 부엌문을 열고 들어간다.
남녀유별인데 어데 들어오느냐며 밥 푸던 주걱으로 흥부 뺨을 찰싹 친다.
뺨에 붙은 밥풀을 훔쳐 입에 넣으며 다른 한쪽 뺨을 내밀며 이 뺨마저
쳐주시면 그 밥풀 갖다가 어린 자식들 구경이라도 시키겠소 한다. 이에
놀부 마누라 주걱 대신 부지깽이로 쳐 내쫓는다.
놀부 마누라는 주걱으로 뺨을 쳤지만 계집종 다스리거나 첩을 응징할 때
엎어놓고 엉덩이를 치는 내방의 매이기도 했다. 세도가나 소작인을 많이
거느린 부잣집에서는 형틀을 문 안에 상설해놓고 살았으며 그
사형(私刑)의 형구로 보편화돼 있었던 주걱 매이기도 하다. 개화기 때
우편군사가 주소 확인하러 문안에 들어갔다가 남녀유별의 공간을
침범했다 하여 붙잡혀 볼기를 곧잘 맞았는데 그때 쳤던 매가 주걱 매다.
영국 가게들에서 팔고 있는 가정용 매인 패들도 엉덩이 치기 좋게
주걱처럼 만들어져 있음을 보았다.
주걱은 솥에서 밥을 퍼 분배하는 도구이기에 주부권(主婦權)의
상징이다. 여느 집에서 주부권을 물릴 때 뒤주의 열쇠꾸러미와 안방을
내주었지만 뒤주 없이 사는 많은 영세민은 주걱을 며느리에게 물려주고
들어앉는 것이 관례였다. 그만큼 밥의 분배권은 신성했다. 일상 잡화를
지게에 지고 팔러 다니는 무시로장수의 집바리 가장 위에 주걱을 얹고
다니게 돼있고 주걱 살 때 외상을 하면 평생 밥에 굶주린다는 금기가
있는 것 등으로 미루어 취사도구 이외의 부가가치가 붙어 있는
주걱이었다. 법도 있는 집에서는 주걱이 세 개 따로 있어 분별해 썼는데
집안 식구 밥 푸는 주걱이 따로 있고, 친(親)8촌 외(外)4촌
처(妻)3촌까지의 친인척이 왔을 때 푸는 주걱이 다르며, 머슴이나 뜨내기
손님 밥 푸는 주걱이 달랐다.
아시안게임의 응원도구로 주걱이 등장하여 눈길을 끌었다. 박수치는 데
손이 아팠던지 그렇지 않으면 박수소리를 키우고자 발상된 것일 게다. 온
세상의 이목을 모았던 난타가 주방도구를 주방 밖으로 끌어내더니 이제
주걱마저도 가출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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