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점심 이야기
요즈음 해외에서는 해가 긴 여름 동안 서머타임으로 하루 시간을
늘려쓰지만 우리 옛 조상들은 해가 짧은 겨울 동안 세끼밥을 두끼로 줄여
양식을 아꼈다. 조석 두끼밥 먹다가 세끼밥을 먹기 시작한 날이 밤낮
길이가 같다는 춘분(春分)이요, 두끼밥으로 환원하는 날은 밤낮 길이가
같다가 그날부터 낮이 짧아지는 추분(秋分)이다. 바로 여름 세끼밥이
점심(點心)이다. 23일이 두끼밥 먹기 시작했던 추분이다. 점심이란 말이
정사에 처음 나온 것은 왕조실록의 태종 6년으로 심한 가뭄이 계속되자
임금은 급하지 않은 백성의 부역을 감해주고 각 관청에서의 점심을
폐하는 전갈을 내렸다. 당시 관청에서 먹던 점심은 요즈음 같은 식사가
아니라 간단히 모여 먹는 다과(茶菓)다. 이렇게 낮에 모여
회좌(會座)하는 것을 다시(茶時), 밤에 회좌하는 것을 야다시(夜茶時)라
한 것도 바로 이에서 비롯됐다. 곧 사헌부 등 중앙관서의 티타임을
점심으로 불렀던 것 같다.
중국 문헌들에 보면 이른 새벽에 간단히 드는 소식을 점심이라 하기도
하고, 오시(午時) 전후에 드는 소식도 점심으로 일컫다가 이미 당나라 때
시간과 관계없이 간단히 요기하는 것을 일컫게 됐다 했다. 곧 간단한
식사나 다과 심지어는 떡집에 가 떡 하나 사먹는 것도 점심이라 했으며
떡이나 과자 파는 집을 중국에서 점심포(點心鋪)라 함도 그 때문이다.
어원은 「심흉(心胸) 간을 점개(點改)한다」해서 점심이라 했는데,
기운을 잃은 가슴에 약간의 활력을 넣어준다는 뜻일게다.
한국사람이 지금처럼 세끼밥을 먹기 시작한 것은 극히 근간의 일이다.
정조 때 학자 이덕무(李德懋)의 「앙엽기( 葉記)」에 보면 조석 두끼에
한끼 5홉씩 하루에 한되씩 먹는다 했고, 역시 정조 때 양식 비축
상소문에서도 조석 두끼를 기준으로 잡고 있다. 세끼밥에 대해 언급한
것은 순조년간의 실학자 이규경(李圭景)으로 9월부터 이듬해 정월까지
다섯달은 조석 두끼만 먹고 2월부터 8월까지 일곱달 동안은 점심을 먹는
것이 우리나라 식속이라 했다. 조식(粗食)으로 흥하고 미식(美食)으로
망했다는 로마제국에서도 주석(晝夕) 2식을 했고 중세 돈키호테도
두끼밥을 먹었다. 인류 진화에 심각한 문제로 경고되고 있는 비만과
연관, 점심은 밥이 아니라 다과로 환원해가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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