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코너] 抗酸 옥수수

bindol 2022. 11. 19. 15:35

[이규태코너] 抗酸 옥수수

조선일보
입력 2002.09.18 20:17
 
 
 
 


1492년 10월 두 달 동안의 항해 끝에 콜럼버스는 지금 쿠바에 닻을
내린다. 그 때 같은 배에 탔던 콜럼버스 아들은 그 섬에서 구워먹거나
가루내어 빵을 만들어 먹는 맛있는 옥수수에 대한 견문을 일기에 적었다.
이것이 유럽으로 옮겨져 온 세계로 번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데
1555년 중국문헌에 옥수수가 등장하고 있어 콜럼버스 이전에 전래됐을
것이라는 설이 대두되고 있다. 옥미(玉米)로 불렸던 옥수수를 중국
남부에서 재배하고 있는 것을 그 무렵 중국에 선교사로 가 있던
아우구스틴 헬레다가 보았다는 기록을 그 증거로 든다. 같은 무렵인
1575년에 나온 명나라 이시진의 「본초강목」에 옥촉서(玉蜀黍)라는
독립된 항목으로 다루고 있기까지 하다. 촉(蜀), 곧 사천성 지방으로
들어왔다 해서 얻은 이름으로 태평양 섬들에 산재한 메라네시안들이
중남미에서 태평양 건너 인도나 남아시아에 옮긴 것이 중국 서남
고원지대인 촉 지방을 통해 전래된 것으로 보는 학자도 있다.

세조 때 학자 강희맹(姜希孟)의 농서(農書)인 「금양잡록(衿陽雜錄)」에
이 옥수수는 나오지 않으며 숙종 때 편찬된 중국말 풀이인
「역어유해(譯語類解)」에 나온 것을 17세기 실학자 이익(李瀷)이
인용하고 있음으로 미루어 그 당시까지 한국에서 기르지 않고 있었던 것
같다. 그 후 19세기 초의 실학자 이규경의 곡종변증설(穀種辨證說)에
우리나라에서 기른 곡종으로 옥촉(玉蜀)이 등장한다.

과테말라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아스투리어스의 「옥수수 인간」에
중남미 원주민에게 옥수수가 얼마나 신성시됐는가가 묘사돼 있다. 축제
끝에 옥수수신에게 미녀의 목을 쳐 희생하는데, 그 피를 옥수수 가루에
반죽한 희생음식을 나누어 먹음으로써 신의 혜택을 받는다 하고, 이곳
주민들에게는 먹고사는 원천일 뿐 아니라 만병을 낫게 해주는 약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옥수수 여신은 의신(醫神)이기도 하다.
「본초강목」에도 옥수수 수염을 삶아먹으면 이뇨가 되고 해독을 한다고
했다. 이 찐 옥수수에는 심장병과 암 등 성인병을 예방하는 항산화물질이
듬뿍 들어있다는 연구 결과가 보도되고 보니 원산지에서 왜 그렇게
신성시했는가를 알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