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 코너] 사양 미국경영

bindol 2022. 11. 20. 16:18

[이규태 코너] 사양 미국경영

조선일보
입력 2002.08.18 19:21
 
 
 
 


피타고라스의 정리, 아르키메데스의 원리, 뉴턴의 법칙, 아인슈타인의
원리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유럽의 과학성과는 천재들이 쌓아올렸다 해도
대과는 없다. 이 같은 천재 하나가 출현하는 데 100년꼴의 세월이
필요했다는 계산이 있으며, 그것이 맞는다면 20명의 천재를 탄생시키려면
2000년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뒤늦게 문명대열에 뛰어든
미국으로서는 그렇게 만만디로 천재를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리하여 택한 길이 각기 개성있는 머리를 가진 이들이 그림맞추기처럼
시스템화하여 천재의 재능을 대행한 것이다. 달에 사람을 보낸 아폴로
계획이며, 컴퓨터는 어느 한 천재가 발견한 것이 아니라 500명 내지
3000명의 과학자들이 분업·협조해서 이루어낸 시스템 발명인 것이다.

신천지인 초기 미국이민들은 기대고 살 전통이나 문화의 배경이 없기에
톱질 할 줄 아는 사람, 돌을 쫄 줄 아는 사람, 그리고 벽돌 구울 줄 아는
사람들이 제각기 하나씩의 기능을 시스템화하여 깁고 교회를 짓고 도시를
일굴 수밖에 없었다. 곧 시스템이라는 삶의 지혜가 체질화되었고, 그
시스템문화의 아름다운 개화로 세계에 군림하고 있는 미국이다.

서부개척시절의 미국 각급 학교생활에서 가장 선호됐던 운동경기가
「센터피드 레이스」와 「레가타」였다. 발이 많은 지네를 뜻하는
센터피드 경주란 10명이 넘는 사람이 기다란 두 막대에 두 발을 묶고
호흡을 맞추어 경주하는 이인삼각(二人三脚)의 확대판이요, 레가타 역시
보트에 두 줄로 앉아 노를 저어 겨루는 경조(競漕)로 역시 여러 사람이
동심일체로 호흡을 맞추어야 하는 시스템 스포츠다. "미국에 오려면
어떠어떠한 신분이 아니라 뭣뭣을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
뭣인가 할 수 있는 사람끼리 조화해서 창조해나가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미국이다"라고 시스템 철학을 역설했던 분은 플랭클린이다.

위기설이 나돌 만큼 미국경제는 파산이 잇따르고 있는데, 그 공통분모로
스카우트된 천재(天才)들이 경영을 독점했다는 점을 근간 「뉴요커」가
지적하고 「천재들이 불러온 몰락」 이면에 크게 성장한 기업들을
거명하고, 그 성장의 공통분모로 천재보다 시스템의 활용을 들었다. 우리
최고경영자들에게 사고전환의 빌미를 주는 지적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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