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외모와 인생
40대 미만의 한국여성 10명 중 7명이 외모가 인생을 좌우한다고 여기고
있다는 조사통계가 보도되었다. 얼굴 예쁘길 바라는 것은 동서고금이
다르지 않지만 그것이 인생을 지배한다는 생각이 많아진 것은 정착 농업
사회에서 이동 도시 사회로의 변동에 따른 의식변화로서 주의하게 된다.
우리 속담에 얼굴 예쁜 것보다 마음 예쁜 것이 더 예쁘고 마음 예쁜
것보다 이불 속에서 예쁜 것이 더 예쁘다는 속담이 있듯이 얼굴 예쁜
것에 부정적이던 역사시대는 꽤 길었다. 희랍신화나 한국의 괴담에서
여우나 뱀 등 요괴(妖怪)들이 모두가 미녀로 둔갑해 나타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중국에서는 예쁜 딸 아기를 가지면 불행을 끈다하여
「야화(惹禍)」라고까지 했다. 포사(褒 )·달기( 己)·여희(麗姬)는
중국사에서 야화의 주인공들이요, 임표(林彪)의 며느리 장령(長寧)도
중국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미녀로 비행기 추락으로 시아버지와 더불어
남편을 잃고 재혼하여 아이 하나를 두었는데 그 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닐
무렵 그녀를 짝사랑했던 한 사나이에게 살해당했던 줄줄이 야화(惹禍)의
미모였다.
얼굴이 예쁘면 화근이 되지만 마음이 예쁘면 복근(福根)이 되었다.
제나라 때 종이춘(鐘離春)은 용모가 변변찮아 40세가 되도록 돌아보는
사나이가 없었다. 그녀는 선왕(宣王)의 후궁에 비질하는 하녀로 들어가
일하게 됐는데 그 마음씨 고운 데 온 궁중이 흠모하더니 드디어 임금께서
비(妃)로 맞아들였고 그녀의 진언으로 방탕을 멎고 간신배를 멀리 하게
하여 내모(內貌) 예쁜 여인의 전형으로 손꼽혀왔다.
우리나라에서는 아기 잘 낳을 왕자상(旺子相)과 못 낳을
무자상(無子相)으로 갈라보고 미추(美醜)의 기준으로 삼았다. 흥미 있는
것은 현대 여성들이 추구하는 미모ㅡ이를테면 노랑머리, 쌍꺼풀, 높은
코, 얇은 입술, 가는 허리, 늘씬한 다리는 아기 못 낳을 상으로
기피하였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마음이 예뻐야 왕자상의
미인으로 쳤다. 1)남 싸우는 데 끼어들지 않는 여인 2)어려움 속에서도
원망하지 않는 여인 3)음식을 절제하는 여인 4)무슨 일을 당했을 때
희비애로(喜悲哀怒)를 당장에 나타내지 않는 여인이다. 이 같은
내모(內貌)가 인생을 좌우하던 문화가 외모(外貌) 위주로 바뀐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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