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속 정치이야기

[고전 속 정치이야기] 지상매괴(指桑罵槐)

bindol 2022. 11. 21. 05:49

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지상매괴는 삼십육계에서 26번째이다. 원문에서는 ‘대릉소자(大凌小者), 경이유지(警以誘之). 강중이응(剛中而應), 행험이순(行險而順)’이라고 했다. 대가 소를 억눌러서 복종하게 만들려면 경고를 통해 따르도록 유도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군이 아니었던 세력을 통솔해 싸우려고 할 경우, 아무리 움직이려고 해도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이다. 이익으로 매수하다가는 오히려 의심을 살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일부러 다른 기회를 만들 필요가 있다. 제3의 인물이 잘못한 것을 비난하면서 내가 끌어들이려고 하는 상대에게 넌지시 경고를 하는 것이 가장 유효하다. 강경한 경고는 상대를 끌어들이는 방법이다. 군사적으로는 병력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고 새로운 장군을 파견할 수도 있다.

지상매괴는 뽕나무를 가리키며 회나무를 꾸짖는다는 뜻이다. 뽕나무는 내가 끌어들이려고 하는 상대이고, 회나무는 그에게 경고하기 위한 제3의 상대이다. 원숭이에게 경고를 하려면 닭을 죽인다(殺鷄儆猴). 산을 두드려서 호랑이를 놀라게 한다(敲山震虎). 암시의 대상은 원숭이와 호랑이지만 직접 얻어맞는 쪽은 닭과 산이다. 지상매괴를 군사상으로 활용한 사례는 많다. 한신(韓信)이 은개(殷蓋)를 죽이고, 제갈량(諸葛亮)이 읍참마속(泣斬馬謖) 한 것은 유명한 사례이다. 정치적으로도 복잡한 분쟁이 발생했을 때 자주 사용했다. 법령을 하부구성원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시행하려면 ‘살일경백(殺一儆百)’으로 모두 두렵게 만들어야 세상이 평안해진다. 난세에는 엄격한 법전을, 흔들리는 군대에는 엄격한 형벌이 필요하다.

계모는 필요에 따라 사용하므로, ‘꾸짖거나(罵)’ ‘죽이는(殺)’ 것도 실제의 수요에 따라 결정한다. 진압할 필요성이 없으면 타이르거나, 처벌하거나, 비평하는 것으로 바꿔도 좋다. 매와 살은 비유에 불과하다. 요지는 일정한 목적달성에 있으므로 심하면 누군가의 마음에 상처를 입힐 수도 있고, 희생양으로 삼을 수도 있다. 뽕나무를 가리키며 회나무를 꾸짖는다는 것을 확대해석하면 경고해 상대를 내가 바라는 쪽으로 유도한다는 뜻이므로, 지모를 사용해 간접적으로 비평하는 것을 의미한다. 풍간(諷諫)과 같은 방법이 좋다. 간접적인 비판의 기술의 핵심은 대체할 회나무와 비평을 받아들일 뽕나무를 찾아내는 것이다. 뽕나무를 비판하는 정도는 구체적인 대상과 상황에 따라서 결정해야 한다. 귀를 잡아당기며 얼굴에 대고 명령을 하거나,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넌지시 충고하거나, 부드러운 말로 암시하거나, 놀리는 것처럼 빈정거리면서 집적대는 투로 회나무를 흔든다.

이 괘는 역경 사괘(師卦)의 단사(彖辭)에서 유래됐다. 사(師)는 군대를 가리키며, 정(貞)은 정도(正道) 또는 정의(正義)를 가리킨다. 장수가 강하게 정도를 지키면서 부대의 대오를 엄숙하게 유지하면 지지와 호응을 받을 수 있으며, 눈앞에 어렵고 험난함이 가로막더라도 순리적으로 통과할 수 있다. 이러한 태도로 천하를 다스리면 백성들도 순종한다. 괘사에서는 정치적 요인과 군사적 요인의 통일이 전쟁의 승부를 결정하는 것을 나타낸다. 전쟁 도중에 정도를 지킬 수 없거나, 전쟁의 성질이 정의가 아니라면, 병력을 백성에게 의존한 고대 국가는 충분한 병력 자원을 확보할 수 없다. 그러므로 제도권 바깥의 큰 인물을 중시해 총사령관으로 선발하기도 한다. 총사령관이 병력을 이끌고 출정할 때는 무엇보다 위엄과 명망이 필요하고, 그 다음은 기율이 엄정하고 분명해야 한다. 총사령관이 민중이 인정하는 정의로운 전쟁을 진행할 수 있다면, 싸우지 않고도 이길 수 있으며, 천하를 통치할 수도 있다. 총사령관이 강건하고 신중하면 군왕의 신임을 받을 수 있으며, 위급할 때는 천하의 사람들이 순응해 천하를 안정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백성이 원하는 것도 이룰 수 있다. 평생 법을 집행한 사람이 정권을 잡은 현실에서 유의할 일이다.

- 천지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