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축구 국가대표 선수로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뛰었던 디트마어 하만 씨는 그날 독일축구연맹 트위터에 이 장면에 대해 재미있어 하는 글들이 올라온 걸 보고 “수치스럽다”며 분노를 토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상대를 깔보는 행동은 있어서는 안 된다. 오늘 밤 누구라도 웃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뤼디거만이 아니다. 프로 정신에 흠결이 있다. 그렇게 하는 건 오만이다”는 글을 올렸다.
▷정작 일본인의 반응은 그리 격렬하지 않다. 일본어로 된 유튜브를 보면 “뤼디거는 원래 뛰는 방식이 저렇다” 혹은 “빨리 달리다가 속도를 줄이려면 저렇게 하는 수밖에 없다”고 아는 체하는 댓글이 적지 않게 달려 있고 그런 댓글에 대체로 가장 많은 ‘좋아요’ 반응이 달려 있다. 자신들이 조롱받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특이한 심리라고밖에 할 수 없다.
▷뤼디거가 아사노를 조롱하는 듯한 장면을 연출한 것이 후반 19분경이다. 그러나 후반 38분경 바로 그 아사노가 뤼디거가 보는 앞에서 골키퍼와 골포스트 사이의 좁은 틈을 뚫고 지나가는 면도날 같은 슛으로 독일을 2 대 1로 격파하는 역전골을 만들었다. 독일은 경기에서만 진 것이 아니다. 매너에서도 졌다. 하만 씨가 지적했듯이 뤼디거만이 아니라 독일의 축구팬들은 그것을 더 통렬히 반성해야 한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