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광역버스의 절반을 운행하는 KD운송그룹은 18일 성남과 남양주 등에서 서울 광화문과 사당 쪽으로 운행하는 버스의 입석 승차를 전면 중단했다. 나머지 버스업체도 올 7월부터 입석 승차를 줄줄이 중단했다. 이로써 경기지역 220개 노선 광역버스 2000여 대의 입석 승차가 거의 모두 제한된 상태다. 올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최근에는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안전 우려가 커지자 이같이 결정했다고 한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광역버스의 입석 승차는 불법이지만 출퇴근 시간에 한해 허용해 왔다. 이 버스 놓치면 서서 가기도 어려울까 45석 버스에 70명 이상이, 74석 이층버스엔 120명 이상이 1, 2층은 물론이고 중간 계단에까지 빽빽이 몸을 구겨 넣었다. 밀도가 위험 수준인 m²당 5명을 훌쩍 넘는다. 운전석 시야를 가릴 때도 많다. 2018년엔 추돌 사고로 70명 넘게 태우고 달리던 광역버스에서 28명의 부상자가 나왔다. 특히 이층버스 승객들은 “시속 100km로 달리는 버스가 급브레이크를 밟거나 코너를 돌다 사고가 날까 아찔하다”고 했다.
▷입석 승차 전면 중단 첫날인 어제는 전세버스 투입으로 큰 불편은 없었다지만 임시방편일 뿐이다. 경기도는 정규 버스를 대폭 늘리겠다고 했는데 새 차 출고에 시간이 걸리는 데다 버스 운전사들마저 코로나 이후 배달업계로 옮겨가 기사를 구하기 어렵다고 한다. 세월호 사태 이후 8년간 무얼 하다 이태원 참사가 터지니 근본 대책 없이 입석 승차 중단부터 하나. 안전 문제가 불거질 때만 반짝 대책을 내놨다 흐지부지되니 안전해지지도 않고 승객들만 매번 큰 불편을 겪게 되는 것이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