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폭격기의 역사
하늘에서 적진에 폭탄을 떨어뜨리는 것은 군인들의 ‘열망’이었다. 1849년 오스트리아군은 소형 열기구 안에 폭탄을 실어 적진으로 날려 보냈다. 공중 폭격의 시초라 할 만했다. 1차 대전 초반 독일 비행선이 런던에 폭탄을 떨어뜨리기도 했다. 라이트 형제가 만든 첫 비행기가 공중을 날자마자 군인들은 이를 ‘무기’로 보기 시작했다.
▶비행기는 처음엔 정찰용이었다. 한때는 적기를 만나도 인사까지 했다. 결국 조종사들이 서로 총을 쏘았다. 1차 대전부터 조종사들은 조종석에 조그만 폭탄을 싣고 가 손으로 적진에 떨어뜨렸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폭탄은 효과가 있었다. 근대적 폭격기의 시초일 것이다. 1차 대전 중 각국은 경쟁적으로 폭격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고공 장거리 비행을 위한 산소통 개발 등 발전이 시작됐다.
▶2차 대전이 터지자 폭격기는 전쟁의 주역이 됐다. 적의 군사 시설만이 아니라 후방 대도시를 파괴했다. 적국과 그 국민의 전쟁 의지를 아예 꺾기 위한 이른바 ‘전략 폭격’이다. 가장 악명 높았던 건 1945년 2월 연합군의 독일 드레스덴 폭격이다. 미·영 폭격기 1100대가 동원됐다. 폭탄 하나가 거리 한 블록씩을 날려버렸다고 해서 ‘블록버스터’(blockbuster)란 말이 생겨났다. 당시 기록엔 ‘화염 폭풍이 사람들을 집어삼켜 재만 남았다’고 적혀 있다. 수만 명이 죽었다. 소련군의 진격을 돕는다고 했지만 소련에 연합군의 힘을 과시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연합국 폭격대의 주역이 미군 B(Bomber)-17 폭격기였다.
▶폭격기는 미국의 힘을 상징하게 됐다. 2차 대전 말 개발한 B-29는 도쿄를 잿더미로 만들었다. 히로시마 원폭 투하도 B-29가 했다. 6·25 때 한국을 구한 비행기도 B-29다. 1950년대엔 폭탄 27t을 싣고 6500km를 날아가 폭격하는 B-52가 등장해 베트남전과 걸프전에서 맹위를 떨쳤다. 1983년엔 최초의 스텔스 폭격기인 F-117 나이트호크가, 6년 후엔 최정예 스텔스 폭격기 B-2가 나왔다.
▶미국은 최근 신형 스텔스 폭격기 B-21 레이더(침입자)를 공개했다. 납작한 가오리형에 공기 흡입구가 작고 최첨단 도료로 처리해 폭 45m인 동체가 레이더에 골프공 크기로 잡힌다고 한다. 사실상 투명 망토를 두른 것이다. 비행기라기보다는 컴퓨터라고도 한다. 중·러뿐 아니라 김정은에게 경고가 될 것이다. 세계에서 폭격기를 운용하는 나라는 미, 중, 러뿐이지만 중, 러는 미국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미국의 힘은 볼수록 거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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