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독일의 합리적 애완견 세금
한라산 중산간 지역에 들개가 된 유기견들이 공포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야생 노루를 잡아먹거나 인근 농가나 목장에서 키우는 닭, 염소 같은 가축을 잡아먹는다. 지난해 제주대 야생동물구조센터가 실태 조사를 했더니 산림지와 초지가 접한 해발 300~600m 중산간에 들개가 2000마리가량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섬이나 다른 시골 마을도 들개 떼가 있다. 이사 가면서 키우던 개를 버리고 가거나, 휴가 때 섬이나 해변에 개를 버리고 가면 그 유기견들이 동네를 떠돌다 산속으로 들어가 들개로 야생화되고 번식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반려견·반려묘는 800만마리쯤 된다. 100마리당 1.5마리꼴로 주인에게 버림받거나 주인을 잃어버려 연간 유기동물 숫자가 12만마리나 된다고 한다. 보호소에서 새로 입양되기도 하지만 절반가량은 안락사나 병사한다.
▶애견인들 사이에 ‘개들의 지상 낙원’으로 꼽히는 나라가 독일이다. 반려견 관리가 철저하기로 정평이 나있다. 무조건 국가에 등록하고 등록번호를 발급받아야 한다. 독일 개는 엄연한 ‘납세견’이다. 주인과 산책 나갈 때 훈데스토이어(개 세금) 인식표를 달고 나간다. 개 세금은 지자체별로 걷는데 견종, 무게 따라 다르다. 마리당 1년에 최소 100유로(약 14만원)쯤 된다. 맹견은 중과세된다. 안내견, 구조견 등으로 사회에 이바지한 개는 세금을 감면받는다. 개만 세금을 내고, 주로 집에만 있는 고양이는 세금을 안 낸다. 개는 심지어 버스도 요금 내고 탄다. 한 마리까지는 무료 탑승, 두 마리부터 요금 낸다. 단 캐리어나 가방에 담겨 있으면 무료다.
▶개 세금은 유럽에서 광견병 피해가 커지자 1796년 영국에서 도입했는데 영국에선 없어졌고, 독일, 네덜란드 등에는 남아있다. 개를 안 키우는 사람,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 개가 여러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는 만큼, 개 주인에게 세금을 매기는 것은 합리적이다. 세금 걷어 독일은 ‘티어하임’이라는 공공 동물 보호소를 운영한다. 시설이 쾌적하다. 유기견 안락사도 안 시킨다. 동물을 사고파는 펫숍이 없는 독일에선 전문 브리더에게 분양받으려면 거액을 들여야 한다. 반면 티어하임에서 개를 입양하면 훨씬 싸고 예방 접종과 국가 등록도 마친 상태여서 입양률이 높다.
▶농식품부가 반려동물 전담 조직을 만들고 관리해서 연간 12만마리의 유기동물 숫자를 2027년까지 절반으로 줄이고, 2100건의 개물림 사고도 절반 이하로 줄이겠다고 한다. 개를 물건 만들듯 마구 생산하고, 너무 쉽게 사고팔고 버리는 문화는 다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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