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난 꽃은 열매가 없고, 채색 구름은 쉬 흩어진다
- 名花無實, 彩雲易散·명화무실, 채운이산
천지에 있어 만물은 오로지 좋은 것만 다 가질 수 없도록 하였다. 그리하여 뿔 있는 놈은 이빨이 없고, 날개가 있으면 다리는 두 개밖에 없다. 이름난 꽃은 열매가 없고, 채색 구름은 쉬 흩어진다. 사람에 이르러서도 역시 마찬가지다. 재주가 기특하고 기예가 빼어나면 공명이 떠나가 함께하지 않는 이치가 그렇다.
天地之於萬物也, 使不得專其美. 故角者去齒, 翼則兩其足, 名花無實, 彩雲易散. 至於人亦然, 畀之以奇才茂藝, 則革功名而不與, 理則然矣.(천지지어만물야, 사부득전기미. 고각자거치, 익즉양기족, 명화무실, 채운이산. 지어인역연, 비지이기재무예, 즉혁공명이불여, 이즉연의.)
위 문장은 고려 시대 이인로(李仁老·1152~1220)의 ‘파한집(破閑集)’에 들어있는 내용이다. 위 문장을 다시 풀이해보자. 뿔이 있는 놈은 이빨이 없다, 뿔을 가진 소는 윗니가 없다. 무시무시한 이빨을 가진 호랑이는 뿔이 없다. 식물도 마찬가지이다. 꽃이 예쁘면 열매가 변변하지 않고, 귀한 열매를 가진 식물은 꽃이 별로다. 날개 달린 새는 다리가 두 개밖에 없다. 저물녘 아름다운 노을은 금세 사라진다.
누구나 돈 많은 사람을 부러워한다. 재벌 관련 드라마가 인기 있는 것도 그런 이유라 한다. 재벌가들도 들여다보면 다 아픈 데가 있다. 자연의 이치는 공평해서, 좋은 것만 다 갖고 태어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재승박덕(才勝薄德)이란 말이 있다. 아는 것이나 능력은 남보다 뛰어나지만 인품이 부족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타고난 능력을 잘 계발하거나 노력 여하에 따라 사람마다 살아가는 모습은 각기 다르다. 산골에서 태어나 중학교만 졸업한 뒤 고된 작업현장에서 일하면서도 관련 분야 자격증을 하나씩 따고 힘들게 공부를 계속해 교수가 된 분의 이야기를 얼마 전에 들었다.
욕심 많은 사람은 모든 것을 다 가지려 들다가 낭패를 본다. ‘논어’ 선진편에서도 과유불급(過猶不及), 즉 지나치면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고 했다. 과하면 지금 가진 것마저 잃는다.
모든 게 부족한 필자이지만 사람들에게 강조하는 말이 있다. “자신의 욕심이 100이라면, 70%선에서 그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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