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의 고전 속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35> 덕을 쌓아야 하고 분수껏 살아야 한다는 성현의 말씀

bindol 2023. 11. 22. 15:08

능력은 부족한데 무거운 일을 맡으면

-- 力小而任重·역소이임중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덕은 적은데 지위가 높고, 아는 것은 적은데 큰일을 도모하고, 능력은 부족한데 무거운 일을 맡으면 재앙이 미치지 않는 경우가 드물다. 역(易)에서 이르길 ‘솥의 발이 부러져 공이 먹을 음식을 엎으니, 그 몸이 젖어 흉하다’고 했으니, 그 직임을 감당하지 못함을 말한 겁니다.”

“子曰: ‘德薄而位尊, 知小而謀大, 力小而任重, 鮮不及矣.’ 易曰: ‘鼎折足, 覆公餗, 其形渥, 凶.’ 言不勝其任也.”(“자왈: ‘덕박이위존, 지소이모대, 역소이임중, 선불급의.’ 역왈: ‘정절족, 복공속, 기형악, 흉.’ 언불승기임야.”)

‘주역’의 ‘계사(繫辭)’편에 나오는 말로, 군자의 마음가짐에 대해 경각심을 준다. 세상일은 어느 정도 선에서 이루어지면 큰 탈이 없다. 박덕한데 재주가 많은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자신의 덕이 부족한 걸 모르고 높은 지위를 탐해 얻는다. 또 어떤 사람은 하나를 알면서 열을 안다고 소리치며 큰일을 꾀한다. 또 다른 사람은 자기 몸보다 너무 큰 갓을 쓴다. 그래서 공자가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한계를 무시한 채 덤비다 종국에는 낭패를 당한다”고 했다. 역(易)에서도 마찬가지 말을 했다.

‘장자’ 제28편 양왕(讓王)에 보면 공자의 제자인 원헌(原憲)이 노나라 초라한 초옥에 살 때 춘추시대 위나라 학자 자공(子貢)이 치장한 수레를 타고 찾아가 대화했다. 원헌이 “명성 얻기 바라면서 행동하고, … 남에게 칭찬받기 위해 학문을 하며, 남을 가르치면서 자신의 이익만을 좇는 … 행위를 나는 차마 하지 못합니다”고 했다.

‘회남자(淮南子)’에서도 “세 가지 위태로운 것이 있는데, 덕이 부족한데 총애를 입는 것, 재주는 별로인데 지위가 높은 것, 큰 공이 없는데 많은 녹을 받는 것”(天下有三危. 少德而多寵一危也, 才下而位高二危也, 身無大功而受厚祿三危也·천하유삼위. 소덕이다총일위야, 재하이위고이위야, 신무대공이수후록삼위야)이라 했다.

요즘 날씨가 추워 집에 웅크려 책만 읽는다. 후한 역사가 반고(班固)의 글 가운데 ‘無德而富貴, 謂之不幸’(무덕이부귀, 위지불행), 즉 ‘덕이 없는데 부귀한 것을 일러 불행하다’고 한 글귀가 눈에 들어와 이런저런 생각을 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