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복 아낄 일 해야겠지
(宜行惜福事·의행석복사)
나는 본래 박덕한 사람이니, 마땅히 덕 쌓을 일을 해야겠지. 나는 본래 박복한 사람이니, 마땅히 복 아낄 일 해야겠지.
(我本薄德人, 宜行積德事. 我本薄福人, 宜行惜福事.·아본박덕인, 의행적덕사. 아본박복인, 의행석복사.)
위 글은 중국 명(明)나라 문학가인 진계유(陳繼儒·1558~1639)의 ‘眉公十部集’(미공십부집)에 나온다. 사람마다 타고난 팔자(?)가 다르다. 다른 사람보다 타고난 덕이 부족하다고 치자. 지혜롭지 못한 사람은 “남들보다 타고난 덕이 부족하니, 대충 살면 되리라”며, 별 노력하지 않는다. 지혜로운 사람은 “남들보다 덕이 부족하니, 열심히 노력해 덕을 쌓는 일을 많이 하리라”며 더 부지런하게 살며 덕을 쌓는다. 복도 마찬가지 이치다. 타고난 복이 부족하면 그 복이 다 없어지지 않도록 아껴가며 살아야 한다. ‘석복(惜福)’은 복을 아낀다는 뜻이다. 옛사람은 복을 다 누리지 않고 아껴 다른 이들과 나눴다. 대부분 사람은 복을 덜어 아껴 나누며 살아가는 게 쉽지 않다.
조선 전기 영의정을 역임한 이극배(李克培·1422~1495)는 자제들에게 ‘사물은 성대해지면 반드시 쇠하게 된다. 너희는 혹시라도 자만해서는 안 된다’(物盛則必衰 若等無惑自滿’·물성즉필쇠 약등무혹자만)고 말했다. 그는 손자의 이름을 수겸(守謙)과 수공(守恭)으로 지었다. 무슨 의미겠는가? 석복을 위해 겸손하게, 공손하게 살아야함을 강조했다.
소동파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입과 배의 욕망이 어찌 다함이 있겠는가? 늘 절약하고 검소함을 더하는 것이 또한 복을 아끼고 수명을 늘리는 길이다(口腹之欲 何窮之有? 每加節儉 亦是惜福延壽之道·구복지욕 하궁지유? 매가절검 역시석복연수지도). 송나라 때 승상 장상영(張商英)도 ‘공여일록(公餘日錄)’에서 “ … 말은 다 해서는 안 되고, 복은 끝까지 누리면 못 쓴다(… 言不可道盡 福不可享盡)”고 했다.
요즘은 아버지가 자식에게 사람 도리, 세상 사는 이치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다. 오늘 아침 산에 가 지난해 잘라놓은 잡목을 지고 내려와 목압서사 연빙재 아궁이에 불을 넣었다. 가만히 앉아 불을 때다 보니 지리산 깊은 골짝 훈장다운(?) 생각들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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