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甲)은 남산 위의 저 소나무처럼 크고 단단한 나무이다. 을(乙)은 부드럽고 휘어지는 나무이다. 팔자에 갑이 많으면 고집이 강하고 애교가 부족하다. 그 대신 뇌물에 잘 넘어가지 않는다. 을은 등나무와 비슷하다.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는 타입이 많다. 남녀 불문하고 팔자에 을이 많으면 비서 또는 조력자 역할에 맞다. 갑은 도끼 맛을 보아야 한다. 금(金)이 많이 들어 있는 선생이나 선배를 만나서 도끼로 가지치기하면 동량지재(棟梁之材)로 성장한다. 초년에 담금질을 좀 해야 한다. 가지치기를 안 하면 잡목이 되어서 쓸모가 없다. 조선시대 언관(言官)들 팔자에 갑이 많았다. 왕의 잘못된 점을 직언하다가 사약도 받곤 하였다. 이번에 살해당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언론인 카슈끄지도 내가 보기에는 팔자에 갑이 많았던 것으로 추측된다. 갑이 많으면 타협을 안 한다. 비록 본인은 비참하게 죽었지만 사우디의 민주 언론을 세우는 동량(棟梁)이 되지 않을까 싶다. 갑은 1번을 뜻한다. 갑부(甲富), 삼한갑족(三韓甲族·삼한의 1등 집안)도 있다. 일제시대 서울 명동 일대의 전 재산을 팔아 마차 수십대에 싣고 만주에 가서 독립운동을 하였던 우당(友堂) 이회영(李會榮·1867~1932) 집안이 당시에 삼한갑족으로 불렸다. 과거에도 갑과(甲科)가 있다. 과거시험에서 1·2·3등 합격자를 보통 갑과로 분류한다. 불교 사찰에도 갑(甲)자 들어간 절이 있다. 충청도 계룡산에 가면 갑사(甲寺)가 있다. 터가 강해서 역대로 힘이 센 장사 승려가 많이 배출되었던 절이다. 임진왜란 때 무술에 능해서 절 앞의 철당간을 뛰어올라갈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승병대장 영규(靈圭) 대사가 갑사 출신이다. 전남 영광에 가면 불갑사(佛甲寺)가 있다. 서역에서 온 승려 마라난타가 383년 배를 타고 한반도 서쪽에 들어와 최초로 세운 절이 불갑사다. 월출산에는 도갑사(道岬寺)가 있다. 갑은 원래 긍정적인 의미였지만 자본주의 사회로 접어들면서 계약서를 많이 쓰다 보니까 부정적인 의미로 변질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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