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한국당은 비정규직 차별을 정당화하고, 을과 을의 싸움을 조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당은 (2016년 홀로 근무하다 전동차에 치여 숨진) 구의역 김군과 같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지한 노력을 한 적이 있느냐”고 한국당을 꾸짖었다. 어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서다. 박 시장 말대로 한국당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선 적이 있는지 의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최근 불거진 고용세습 비리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흠집내기’로 호도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박원순 시장의 프레임 전환은 부적절 박 시장은 ‘한국당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 공격하는 것’이라며 고용세습 논란을 정규직·비정규직 대립 구도로 물타기 하려는 듯하다. 하지만 속속 드러나는 진상을 보면 이런 시도가 먹힐 때가 아니다. 지난 3월 무기계약직 1285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서울교통공사가 재직자의 가족과 친인척 109명을 뽑은 것은 정규직 전환 문제가 아니라 비리에 가까운 도덕적 해이를 드러낸 사례다. 3급 이상 임원 비율이 8.7%인데 정규직으로 전환된 3급 이상 가족은 24%로 세 배에 달한다. 고위층의 일자리 도둑질을 입증하는 스모킹 건이 명백히 드러난 것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한국의 고용 현실을 볼 때 필요한 측면이 있다. 비정규직이 임금 근로자의 30%를 넘어서고 임금·고용의 차별을 받아서는 날로 커지는 소득격차 확대를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첫 외부 행사에서 ‘비정규직 제로’를 선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본다. 그러나 무리하게 정규직화를 밀어붙이면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묵과해서는 곤란하다. 정규직화 과정에서 특혜가 판친다면 취업준비생들의 좌절감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력서 100장을 넣어도 전화 한 통 안 온다”는 우리 아들딸의 하소연, “힘없는 부모라서 미안하다”는 부모의 자괴감은 또 어쩔 것인가. 이런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2020년까지 공채 인원 1000명을 줄이기로 했다. 부정한 방법으로 혈족을 무더기로 입사시켜 놓고 취준생에겐 희망의 사다리를 기대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면 무엇인가. 본질을 흐리는 정치적 프레임 공세로 공기업의 고용세습 비리를 슬쩍 덮어버려선 안 된다. 야당이 요구하는 대로 국정감사를 통해 썩은 부분은 과감하게 도려내는 것이 정부와 박 시장이 해야 할 사회적 도리이자 책임지는 자세다. 이 정부가 외치는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가 공허한 구호에 그칠 수 있는 갈림길에 서 있다. [출처: 중앙일보] [사설] “을과 을 싸움”으로 고용세습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지 말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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