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핵화·평화의 길에
경협도 치밀한 전략 필요하다
북한이 법·제도·정책 개혁하고
남북한 장점 결합하는 개발과
국제기구 가입, 국제 협력으로
북한의 변화와 발전을 도와야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10년에 걸친 트로이 전쟁을 끝내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오디세우스의 여정은 험난했다. 귀향에 다시 10년이 걸렸다. 호머는 영웅이 겪은 고난을 서사시 ‘오디세이’로 그렸다.
한반도가 영구적인 평화로 가는 길이 쉽지 않다. 작년에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로 한반도 내 군사 충돌의 우려가 컸다. 올해 남북 정상이 세 번 만나고 북·미 정상회담으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지만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점치기 어렵다. 대통령의 이번 유럽 순방 결과와 2차 북·미 정상회담 협상에서 보듯이 국제사회는 아직 북한을 완전히 신뢰하지 않는다. 여론조사를 보면 우리 국민 다수도 북한이 핵을 쉽게 포기하지 않으리라고 믿는다. 한반도 평화의 오디세이에 앞으로도 많은 풍파가 닥칠 것이다.
남북 간 교류와 협력은 비핵화 협상과 대북제재 완화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미리 준비해야 한다. 한반도가 평화로 가는 길에 남북 경제협력과 북한 경제발전은 매우 중요하다. 경제교류가 늘면 평화를 추진하는 힘이 작용한다. 국가 간 군사 충돌의 역사를 분석한 연구들에 따르면 경제 의존도가 높고 문화·종교적 동질성이 높은 인접 국가 간에는 전쟁 확률이 낮았다. 상호 교역과 투자가 많은 국가 간에는 전쟁으로 잃을 것이 더 많기 때문이다. 경제교류 활성화로 북한이 실질적으로 변화하도록 해야 새로운 남북관계와 평화로 가는 길이 열린다. 북한 경제를 발전시켜 남북 간 격차를 줄여가면서 민족의 동질성을 점차 회복해 가야 한다. 만일 북한이 원하는 대로만 끌려가면 경제협력이 ‘퍼주기’가 되어 북한의 ‘도덕적 해이’가 커지고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지 못한다. 오히려 북한의 사회주의 독재체제를 더 공고히 할 수 있다.
이종화칼럼
둘째, 남북한 경제의 장점을 결합해 남북 모두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 한국은 압축 성장으로 세계 경제발전의 역사를 새로 썼다. 한국의 개발 경험과 자본, 기술이 북한의 천연자원, 저렴한 노동력과 결합하면 북한 경제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저성장으로 어려움을 겪는 한국 경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북한이 수출제조업을 육성하고 모든 주민의 생활 수준을 높이는 경제발전을 하도록 돕는 협력사업들을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외부에서 많은 투자만 하면 북한 경제가 다른 국가들이 겪었던 경제발전 단계를 뛰어넘어 순식간에 도약할 수 있다는 생각은 환상이다. 생산성이 낮고 기반이 취약한 체제전환국가에 갑자기 돈이 몰리면 물가가 심하게 상승하고 오히려 경제위기를 겪을 수 있다. 불균형 개발로 경제의 왜곡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셋째, 국제 협력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 남북 경협은 북한이 국제무역과 투자 관계를 회복하고 동북아의 생산·무역체제에 정상 국가로 편입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북한 개발의 막대한 재원 조달을 위해서라도 국제금융기구와 선진국들이 함께 협력해야 한다. 북한이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아시아개발은행(ADB)·세계무역기구(WTO)와 같은 국제경제기구에 앞으로 순차적으로 가입하도록 설득하고 가입의 전제조건인 정확한 경제 통계와 자료 수집을 국제사회가 도와야 한다. 북한이 국제기구 가입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 미국과 외교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으로 가는 길은 멈출 수 없는 길이다. 오디세이의 멀고 험난한 항해에 성공하려면 대담해야 하지만 너무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북한의 개혁과 경제발전은 베트남·중국의 경험에서 보듯이 체제 전환을 시작하고 20년 이상이 걸릴 일이다. 북한이 스스로 과감하게 개혁하고 국제사회로 들어올 수 있도록 남북 경제협력으로 도와야 한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