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聞column

[만물상] 사실혼

bindol 2018. 12. 22. 06:52


이태 전 프랑스 남자와 결혼한 한 여성은 "그곳에서 '진짜 결혼식' 전에 '시청 결혼식'을 먼저 치렀다"고 했다. 신랑과 함께 신분 증명을 담당하는 공무원 앞에서 혼인서약을 하고, 공무원은 혼인선서와 관련된 민법 조항을 낭독하는 주례 역할을 맡았다고 한다. 물론 서류 제출만으로 부부 관계를 인정받는 약식 제도도 있지만 "전통적인 프랑스 혼인 절차가 생각보다 까다롭다"고 했다. 미국 연방법도 결혼식 전에 군(county) 공무원의 결혼허가서를 먼저 받도록 하고, 독일·영국도 비슷하다.

▶우리는 간편하다. 결혼식 전후에 상관없이, 그리고 둘 다 참석할 필요도 없이 한쪽이 상대방의 신분증과 도장만 갖고 가면 신고가 가능하다. 그래선지 한 해 접수되는 혼인 무효 또는 취소 소송이 1000건 안팎이다. 여기엔 '나도 모르게 결혼당했다'는 기혼자도 많다. 장관 후보였던 모 인사가 낙마한 것도 40여 년 전 일방적으로 혼인신고한 사실이 들통나서였다. 

[만물상] 사실혼

▶반대로 "결혼 제도에 묶이고 싶지 않다"는 이유 등으로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사는 사실혼 부부도 많다. 공식 통계는 없지만 40만명이란 학계 추정이 있다. 가족 정책을 주관하는 여성가족부 진선미 장관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진 장관은 여권 내 대표적인 페미니스트로 통한다. 과거 동성 결혼 옹호 발언도 했다. 진 장관은 작년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에서 평등한 가족관계가 만들어질 때까지 혼인신고를 하지 말자고 '남자 친구'와 약속했다"고 털어놨다. 이 약속은 19년간 지켜졌지만 두 사람은 2016년 총선을 한 달 앞두고 혼인신고를 했다. 진 장관의 남편은 가슴에 '진선미 남편' 글자를 붙이고, 진 장관은 '부산 며느리'를 외치며 선거운동을 했다고 한다.

▶여가부는 '가족의 범위를 사실혼까지 확장한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법적으로 달라지는 문제가 한둘이 아닐 것이다. 상속 등의 문제에서 다툼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으로는 저출산 대책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그런데 여가부는 국내 사실혼 부부가 얼마나 되는지, 어떤 불이익이 있는지 실 태 조사도 안 된 상태에서 대통령에게 보고부터 했다고 한다. 여가부는 여성 임원 비율이 높은 기업에 국민연금 같은 공적기금을 집중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도 한다. 국민이 노후 자금으로 맡긴 돈을 수익성이 아니라 여성 임원이 많으냐를 기준으로 투자해도 되나. 여성의 권리는 중요하고 가족 관계의 문제도 풀어야 할 부분이 있지만 도를 넘어서는 안 된다.

조선일보

  • 박은호 논설위원

  •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2/21/201812210284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