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책 읽는 소리보다 아름다운 것이 있을까요? 19세기의 학자 임헌회(任憲晦·1811∼1876) 역시 그러하였습니다. 임헌회는 세상이 어수선해지자 벼슬을 마다하고 공주 산골로 들어가 조용히 살고자 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자식이 열심히 책을 읽으면 세사(世事)의 고민을 잊을 수 있었습니다. 한바탕 비가 뿌려지고 나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그 덕에 졸다가 잠에서 깨어나니 절로 마음이 상쾌하겠지요. 세사의 고민이 모두 다 사라집니다. 마침 마음을 미리 알아차린 아내가 김치에 막걸리 한 사발을 내어옵니다. 그것만으로도 행복한데 귓가에 아이들의 책 읽는 소리가 낭랑하게 들려옵니다. 더 바랄 것이 없겠지요. 부귀영화를 누리려 아등바등하는 시대라, 이런 단출한 삶이 더욱 그립습니다. 양반의 대열에는 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