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묵의 ‘한시 마중’]<5>낙엽 밟는 소리
오동잎 떨어지는 소리에 가을이 오고 낙엽이 뒹구는 소리에 가을이 갑니다. 호젓한 암자 하나 바위를 등지고 서 있습니다. 그곳으로 고불고불 오솔길 하나 나 있습니다. 산속이라 벌써 찬바람이 매서워 오구나무 잎이 바삐 붉게 물들기 시작합니다. 그때 어디선가 낙엽 밟는 소리가 들립니다. 시인이라면 가는 가을을 그냥 보낼 수 없어 좋은 시를 짓고자 찾아온 것이겠지요. 서울대가 있는 관악산 기슭 자하동(紫霞洞)에 살았고 그 붉은 노을을 사랑하여 자하(紫霞)라는 아름다운 호를 사용한 신위(申緯·1769∼1845)의 작품입니다. 그는 시와 글씨, 그림에 모두 능하여 삼절(三絶)로 일컬어졌습니다. 낙엽을 무척 좋아하여 여러 편의 시를 지었는데 이 시는 그중 한 편입니다. 개울가 맑은 물 위에 떠 있는 붉은 단풍잎, 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