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묵의 한시 마중 44

[이종묵의 ‘한시 마중’]<8>비 내리는 가을 밤

가을 바람은 괴로움을 읊어대는데/ 세상에는 음(音)을 이해해 주는 이 드물구나/ 창 밖엔 삼경인데 비가 나리고/ 등 앞에서 만리를 향하는 이 마음이여” 신라 때의 학자 최치원이 당나라 유학 시절 고국을 그리워하며 지었다는 ‘추야우중(秋夜雨中)’이란 시다. 그러나 이 작품은 지금까지 해석돼온 것처럼 당나라에서 고국을 그리워하며 쓴 시가 아니라 신라에서 당나라를 생각하며 지은 시라는 주장이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 충남대 이숙희 교수(45·한문학과)

[이종묵의 ‘한시 마중’]<5>낙엽 밟는 소리

오동잎 떨어지는 소리에 가을이 오고 낙엽이 뒹구는 소리에 가을이 갑니다. 호젓한 암자 하나 바위를 등지고 서 있습니다. 그곳으로 고불고불 오솔길 하나 나 있습니다. 산속이라 벌써 찬바람이 매서워 오구나무 잎이 바삐 붉게 물들기 시작합니다. 그때 어디선가 낙엽 밟는 소리가 들립니다. 시인이라면 가는 가을을 그냥 보낼 수 없어 좋은 시를 짓고자 찾아온 것이겠지요. 서울대가 있는 관악산 기슭 자하동(紫霞洞)에 살았고 그 붉은 노을을 사랑하여 자하(紫霞)라는 아름다운 호를 사용한 신위(申緯·1769∼1845)의 작품입니다. 그는 시와 글씨, 그림에 모두 능하여 삼절(三絶)로 일컬어졌습니다. 낙엽을 무척 좋아하여 여러 편의 시를 지었는데 이 시는 그중 한 편입니다. 개울가 맑은 물 위에 떠 있는 붉은 단풍잎, 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