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노영민 비서실장 취임으로 공석(空席)인 주중(駐中) 대사에 장하성 전 정책실장을 내정했다고 한다. 앞서 2017년 노 실장이 주중 대사로 임명될 때 '코드 인사'에 '외교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문 대통령이 전문성 있는 인사를 할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또다시 측근 인사를 기용한 것이다. 장 전 실장은 외교·안보 경험이 전무한 경제·경영학자다. 중국어 능력은 의문이고 중국 전문성도 검증된 바가 없다. 지난달 26일 장 전 실장이 고려대 교수에서 물러나면서 했던 정년 퇴임사는 과연 그가 적임자인지에 대한 논란을 더 키우고 있다. 올해 예순여섯인 그는 퇴임식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는 이상주의자입니다. 젊었을 땐 내가 바라는 이상적인 미래, 무지개가 있다고 믿고 이를 좇았습니다. 이제 세월이 흐르고 경험도 생기고 하다 보니 무지개가 없다는 것을 잘 알지만, 감히 계속해서 철없이 무지개를 좇는 소년으로 살고 싶습니다." 작년 11월 청와대를 나와 넉 달 동안 두문불출하다가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나와 털어놓은 소회였다. 그는 정책실장 재직 당시 '소득 주도 성장'을 주도하다 일자리·경제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호된 비판을 받았다. '무지개 좇는 소년'이라는 말은 당시 실패는 인정하지만, 앞으로도 이상을 꿈꾸며 살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그는 또 "현실 정치에 정치인으로서 참여하는 건 과거에도 관심이 없었고 지금도 없다"면서 "앞으로 현실 정치에 참여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사실상 현실 정치와 선을 긋고 살겠다는 '선언'이었다. 하지만 이 말을 한 지 불과 6일 만에 '장하성 주중 대사 내정' 소식이 흘러나왔다. 그가 내정 사실을 알고 퇴임사를 했는지는 알 수 없다. 설사 몰랐다 하더라도 '현실 정치를 안 하겠다'는 선언을 해놓고 대사 자리를 덥석 받아들인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특히 중국은 우리 외교에서 미국에 버금갈 만큼 중요한 곳이다. '측근으로 믿을 만하다'는 어설픈 이유만으로 실력이 검증 안 된 사람을 대사로 앉혀도 될 나라가 아니다. 장 전 실장은 미국에서 경제·경영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딴 뒤 평생을 경제 분야 학자로 살았다. 그러다 갑자기 문재인 정부 초대 정책실장으로 발탁됐다. 이 정부 경제 정책을 직접 진두지휘했지만 사실상 낙제점을 맞고 물러났다. 그런데 지금은 전공도 아닌 외교·안보 분야로 나서겠다고 한다. 더구나 비핵화 협상을 비롯한 남·북·미·중 간에 민감한 현안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무지개를 좇겠다'던 그가 과연 주중 대사로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외교가에선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대중 외교는 무지개를 좇아 실험하는 곳이 아니다. 그가 잘못하면 개인의 실패에 그치지 않고 대한민국 외교의 실패로 이어질 것이다.
|
'新聞column'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전문기자 칼럼] 정권 선전에 들러리 세운 3·1운동 100주년 (0) | 2019.03.06 |
|---|---|
| [만물상] '3만달러'라는데… (0) | 2019.03.06 |
| [태평로] 이제 김정은은 '외환 위기'를 걱정할 것이다 (0) | 2019.03.06 |
| [朝鮮칼럼 The Column] 대통령은 '우리 대한민국'이라 하지 않았다 (0) | 2019.03.06 |
| [사설] 김경수 법정구속 판사에 대한 검찰의 기소 (0) | 2019.03.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