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기업가인 A씨는 대졸 공채를 중단했다. 해마다 연봉 2500만원(상여금·성과급 포함)을 주고 지방대생을 뽑아왔는데, 2년 새 29%나 오른 최저임금을 올해는 맞추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대신 해외 공장이 있는 베트남에서 현지인 채용을 검토 중이다. 이참에 인건비가 싼 베트남으로 설비까지 옮겨보려 한다. 현대차 협력업체 임원인 B 씨는 거래하던 하도급업체를 동남아에 있는 업체로 바꿀까 고민 중이다. 하도급업체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상승을 이유로 납품 대금을 올려달라는데, 수지 타산이 맞지 않아 해외로 눈을 돌리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가 세상에 없는 소득 주도 성장을 하겠다며 최저임금을 2년째 급격히 올리자 기업들은 국내 고용을 꺼리고 해외로 향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혜택을 가장 많이 받아야 할 최저 소득층(하위 20%)은 1년 넘게 소득이 감소하고, 근로소득은 월 40만원대로 확 줄었다. 문 정부가 줄여주겠다던 빈부 격차는 사상 최고 수준으로 벌어졌다. 그럭저럭 버티던 자영업자들은 최저 소득층으로 주저앉고 있다. 최근 한 TV 좌담회에선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자 자영업자들의 분노가 담긴 문자가 화면에 줄줄이 올라왔다. "정부는 자영업자 죽여서 무슨 이득 있나요." "자영업 하는 아버지 돈 뺏어 알바 하는 아들 임금 올려주면 소득 오른 건가요."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최저임금이 2년 연속 10%대로 인상되자 이런 말을 남겼다. "최저임금의 빠른 인상은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을 높여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동시에 가계 소득을 높여 내수를 살리고 경제를 성장시켜 일자리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효과를 목표로 한다." 최저임금을 많이 올리면 경제가 팽팽 돌아갈 테니 두고 보라는 거였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에 맞춰 재구성하면 이렇다. "최저임금의 빠른 인상은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을 높였지만, 빈부 격차는 되레 커진 동시에 쓸 돈(가처분소득)은 쪼그라들어 내수가 어려워지고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1분기 -0.3%)로 추락해 일자리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 악순환에 빠졌다."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문 대통령의 말은 거짓이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OECD 꼴찌 수준의 성장률 추락에도 여전히 "경제는 성공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사실은 청와대 직원들이 문 대통령에게 경제가 심각하다고 수시로 보고해, 대통령도 우리 경제 상황을 모르는 건 아니라고 한다. 그럼 왜 대통령은 매번 현실과 동떨어진 말을 반복하는 걸까. 청와대 사람의 대답은 이랬다. "대통령은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 한다. 대통령조차 어렵다고 말하면 국민은 더 어렵다고 느끼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 같다." 하지만 국민은 정책 잘못을 덮고 있다고 느낀다. 한 경제 원로는 "더 이상 현실과 다른 말을 반복하면 혹세무민(惑世誣民)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고 했다.
문 정부는 최저임금 문제를 인정하는 발표도 하고 좌파 색채를 뺀 최저임금위원회를 만들며 속도 조절 사인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최저임금은 이미 한껏 올라 조금만 올려도 중소·자영업자들에겐 작년 같은 날벼락이다. '인상 중단'이 처방이다. 이 문제는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내건 대통령밖에 풀 사람이 없다. 최소한 '2020년 동결' 입장을 밝혀야 한다.
문 대통령은 2년 전 취임사에서 "솔직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잘못한 일은 잘못됐다고 말씀드리겠다. 거짓으로 불리한 여론을 덮지 않겠다"고도 했다. 2년간 어설픈 실험으로 나라 경제가 만신창이가 됐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이제는 솔직해질 때도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