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토요일 서초동 집회에 나온 군중들의 푯말 중에 “조국 수호”“윤석열 체포”라는 문구가 있었다. 그 주장을 요약하면 조국을 수호하기 위해 수사 주체인 윤석열 검찰총장을 쫓아내자는 것이다. 사실과 증거와 법리가 아니라 수의 힘으로 자기들이 좋아하는 사람을 범죄 혐의에서 해방시켜줘야겠다는 얘기다. “우리가 조국이다”라는 구호까지 나와 좀 섬뜩했는데 베네수엘라 민중들이 “차베스가 국민이다”라는 떼창으로 사회주의 독재정권을 옹호했던 풍경이 연상되었다. 그저 무조건 조국 일가를 구하자는 억지로 들렸다. 한편 그들의 검찰개혁론은 임기가 정해진 검찰총장을 몰아내자는 요구의 논리적 허점을 메우기 위해 잠시 빌려온 레토릭처럼 보일 뿐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며 치켜든 촛불이었지만 2016년 말에 느꼈던 감동은 없었다. “윤석열 쫓아내자”는 서초동 시위 국무총리나 법무장관, 집권당 국회의원들도 언행을 조심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서초동 시위 군중을 부추기거나 그 위에 올라타 형사사법기관의 수사를 방해 혹은 범죄 피의자를 공공연히 두둔한다는 느낌을 주곤 한다. 겉은 그럴싸하게 피의자의 인권 보호니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운운하지만 집권 2년반이 다 되도록 한 마디도 않던 인권 보호나 민주적 통제가 왜 유독 대통령이 가장 친애하는 권력 실세 2인자의 범죄 혐의 앞에서 창궐해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형사사법기관에 대한 공무원의 수사방해는 헌법 및 법률을 위반하는 행위로서 중대한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는 점을 환기하고자 한다. 윤석열 총장의 검찰은 자기가 있는 자리가 마지막이라는 자세로 범죄 수사에 전념하길 바란다. 윤 총장은 “검찰권은 주권자인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말을 수시로 해왔다. 검사는 대통령한테 임명장을 받지만 진정한 임명권자는 대통령 너머 국민이라는 뜻이다. 윤석열이 두 명의 대통령과 한 명의 대법원장을 감방에 보낼 때도 그런 생각이었을 것이다. 윤 총장이 그 때와 똑같은 마음으로 현재의 살아있는 권력을 다뤄 달라는 게 국민의 요청이다. 없는 죄를 만들어 내서도 안되고 드러난 죄를 덮어서도 안된다. 지금 상황이 과거 보다 어렵긴 할 것이다. 현직 대통령과 정부, 집권당이 조국씨를 앞다퉈 보호하고 그와 편먹은 수십만 수호자들이 에워싸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살아있는 권력도 민심을 이길 수 없다. 윤 검사에 대한 민심의 명령은 조국한테 유죄 혐의를 확정지으라는 것이 아니다. 신성한 국가 형벌권을 헌법과 법률에 따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성역없이 동등하게 행사하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무리하게 조국씨를 장관에 임명함으로써 나라는 심리적 내전에서 사회적 내전 상태로 헝클어 졌다. 이 사태의 최종적인 책임은 대통령이 져야 하지만 조씨의 범죄성 여부를 확인해야 할 윤석열의 책임 역시 가볍다 할 수 없다. 온 국민이 조국 장관의 처리를 주시하고 있다.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출처: 중앙일보] [전영기의 시시각각] 조국 처리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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