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함께하는 김명호의 중국 근현대 〈630〉 중공은 5대 이상을 격추한 전투기 조종사에게 1급 전투영웅 칭호를 줬다. 왕하이(왼쪽)는 미군 전투기 5대를 격추하고, 4대를 폐물로 만들었다. 특급영웅이었다. 오른쪽은 2급 전투영웅 자오징원(焦景文). [사진 김명호]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 31년이 지난 1984년 7월, 중국 국방부장 장아이핑(張愛萍·장애평)이 인솔하는 군사대표단이 미국에 첫발을 디뎠다. 미군 수뇌부와의 회담 첫날 장아이핑이 왕하이(王海·왕해)를 소개했다. “우리의 공군 부사령관이다.” 육군참모총장 위컴과 나란히 앉아있던 공군참모총장 가브리엘이 놀란 표정 짓더니 황급히 일어났다. 경이로움에 흥분을 감추기 힘든 모습이었다. 왕하이 앞으로 다가와 입을 열었다. “한국전쟁 때 바로 그 왕하이냐? 당시 나는 한국 창공에서 너의 부대원들에게 호되게 당했다.” 두 사람은 감격을 주체하기 힘들었다. 양손 맞잡고 한동안 바라보기만 했다. 항일 때 국민당 공군 지원 못 받아 얘기는 몇 십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공은 원래 공군이 없었다. 장정 시절, 국민당 공군이 하늘에서 쏟아붓는 포탄과 총격은 공포도 그런 공포가 없었다. 국·공합작으로 일본군과 싸울 때도 중공 주력부대인 팔로군(八路軍)과 신사군(新四軍)은 국민당군의 공군력을 지원받지 못했다. 모금으로 구입한 전투기와 함께 시가행진하는 모습이 한동안 유행했다. 1952년 봄, 쓰촨(四川)성 청두(成都). [사진 김명호] 1945년 8월 일본의 패망이 확실해지자 중공은 동북에 항공학교 설립을 구상했다.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백일몽을 꾸던 당원들을 동북에 잠입시켰다. 동북 각지에 굴러다니던 파괴된 일본 비행기와 유류, 항공부품 등을 닥치는 대로 긁어모았다. 말과 소를 동원해 지린(吉林)성 퉁화(通化)로 운반했다. 중공은 비행지식이 있는 사람은 적과 아군을 따지지 않고 우대한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효과가 있었다. 중국어가 가능한 일본군 조종사와 정비사 300명이 통째로 투항했다. 노련한 항공술과 교육방법이 탁월한 전문가들이었다. 출격 대기 중인 중국지원군 전투기. 1951년 가을, 단둥(丹東). [사진 김명호] 1949년 8월, 항공학교는 전투기 조종사 126명과 기술 간부 434명, 총 560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왕하이는 우수한 성적으로 항공학교를 졸업했다. 2개월 후, 베이징의 톈안먼 광장에서 중화인민공화국 선포식이 열렸다. 열병 막바지에 전투기 17대가 베이징 하늘을 수놓았다. 참석자들은 왕하이를 비롯한 신중국 조종사들의 위용에 혀를 내둘렀다. 생각지도 않았던 광경에 어찌나 놀랐던지 눈을 의심할 정도였다. 회의를 마친 공군사령관 류야러우(앞줄 왼쪽 둘째)와 중국지원군 공군사령관 류쩐(앞줄 오른쪽 첫째). 앞줄 오른쪽 둘째는 공군사령관 우파셴(吳法憲). [사진 김명호] 신중국은 당황했다. 참전 결정이 내려지자 군사회의를 열었다. 회의 분위기를 기록으로 남겼다. “참석자들은 입을 열지 않았다. 회의장에 침묵이 계속됐다. 성질 급한 펑더화이(彭德懷·팽덕회)가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류야러우를 지목하며 입을 열었다. “지금은 우리가 장정할 때와 다른 세상이다. 땅에서 하는 전쟁은 중요하지 않다. 하늘에서 승패가 결정 난다. 스탈린은 마오 주석에게 공군 지원을 약속했지만 파견은 주저할 것이 분명하다. 조종사가 포로가 될 경우 소련의 참전이 드러나고 세계대전으로 비화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나는 하늘을 바라보며 공군 오기만 기다려야 한다. 공군사령관의 의지가 궁금하다.” 류야러우는 배에 힘을 주고 펑더화이에게 대답했다. “안심하기 바란다. 소련 공군의 출동 여부에 매달리지 않겠다. 우리 공군은 어떤 난관과 위험도 삼킬 수 있다. 즉각 출격할 준비가 되어 있다.”
|
'사진과 함께하는 김명호의 중국 근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 전투기 조종사 출신 천라드, 중국 공군의 날개 활짝 펴다 (0) | 2020.06.27 |
---|---|
공군 지원 맡은 류쩐 “싸우며 배워라, 조선 창공이 대학” (0) | 2020.06.20 |
‘죽림칠현’ 칭송 들었던 양셴이, 자본주의 정보원 취급받아 (0) | 2020.06.07 |
원로작가 양셴이 별세, 중화권 ‘중국 통째로 번역’ 추모 (0) | 2020.05.30 |
대만 5·24 반미운동 역설…미국 물건 넘쳐나고 사상 탄압 광풍 (0) | 2020.05.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