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함께하는 김명호의 중국 근현대 〈631〉 출격 전 대원들과 함께 선서하는 12전투 비행단 대대장 장지후이. 1952년 가을 랴오닝성 단둥. [사진 김명호] 류쩐(劉震·유진)은 후베이(湖北)성 벽촌의 빈농 가정에서 태어났다. 굶기를 밥 먹듯 하며 소년 시절을 보냈다. 1930년 봄, 열다섯 살 때, 마을에 낯선 사람들이 나타났다. 가난에서 탈피하려면 혁명을 해야 한다며 청년들을 부추겼다. 혁명이 뭐냐고 물으면 명쾌한 답변을 해줬다. “간단하다. 없는 사람들을 위해 원래 있었던 것들을 뒤집어 엎어버리는 거다.” 붉은 완장 차고 몰려다니는 젊은이들이 늘어났다. 밭에서 땀 흘리던 류쩐도 호미를 집어 던졌다. 적위대에 가입했다. 이듬해 가을, 홍군 모자 쓰고 유격대원이 됐다. 류쩐은 뜀박질을 잘하고 사격술이 뛰어났다. 전쟁터에서 지휘관들 눈에 잘 드러났다. 귀에 못이 박이도록 용감하다는 소리 들으며 전장을 누볐다. 용감한 사람일수록 일찍 전사하는 법이지만 류쩐은 달랐다. 일본이 패망하는 날까지 화약 냄새와 함께했다. 미 전투기에 북한 지원군 고전하자 “총 한 자루를 전투기 한 대로 생각해라” 1946년 가을, 둥베이 항공학교 창설 초기 일본 관동군이 폐기한 전투기를 운반하는 모습. [사진 김명호] 4년간 계속된 국·공내전에서도 류쩐은 돋보였다. 둥베이(東北)에서 광시(廣西)에 이르기까지 발길 미치지 않은 곳이 없었다. 1949년 10월 1일, 마오쩌둥이 톈안먼 성루에서 중화인민공화국을 선포할 때도 전쟁터에 있었다. 열흘 후 광시성에서 국민당군 3만2000명을 궤멸시켜 신중국에 첫 번째 승리를 안겼다. 1983년 봄 군에서 은퇴한 류쩐. 왼쪽은 아들 류웨이빙(劉衛兵). [사진 김명호] 류야러우는 둥베이 시절 류쩐의 전우였다. 잠시 수다 떨더니 먼산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10월 초, 김일성이 마오 주석에게 사람을 파견했다. 적들이 온갖 기종의 비행기 천여 대를 동원해 매일 지원군을 주야로 괴롭힌다며 우리 공군의 지원이 절실함을 호소했다. 중앙군사위원회가 둥베이군구 공군 업무를 네게 맡기기로 결정했다. 임무는 조선에 참전할 지원군 공군 편성이다. 지원군 공군사령관 직도 네가 맡아야 한다. 우리는 둥베이 야전군(린뱌오가 지휘하는 제4야전군의 전신) 출신이다. 지상에서 싸우던 사람에게 공군을 맡으라니 너나 나나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나는 네 지휘능력을 누구보다 잘 안다. 너는 보병과 포병, 탱크부대까지 지휘한 경험이 있다. 총 한 자루를 전투기 한 대로 생각해라. 지원군 사령관 펑더화이(彭德懷·팽덕회)와 둥베이 군구사령관 가오강(高崗·고강) 동지가 너를 지목했다. 마오 주석도 네가 적격이라며 비준했다. 우리가 둥베이 민주연군 시절 퉁화(通化)에 설립한 항공학교 출신 전투기 조종사들을 실전에 투입해라.” 류쩐은 군말이 없었다. “명령에 복종한다. 곤란한 일이 발생하면 현지에서 방법을 찾겠다”며 둥베이로 떠났다. 단둥(丹東)에 지원군 사령부를 차렸다. 부대를 방문한 학생들에게 항미원조 지원군 시절을 설명하는 자오징원. [사진 김명호] 사령관 류쩐의 훈시는 조종사들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나는 학교 문턱에도 가보지 못했다. 너희들은 학교에서 초등교육은 받은 사람들이다. 나보다 좋은 학벌에 우수한 조종술까지 터득했다. 미군이 우리를 강보에서 나오라고 재촉한다. 인간은 싸울수록 강해진다. 세계 최강의 조종사들과 싸우면서 배워라. 조선의 아름다운 창공이 우리의 대학이다. 평소 복장을 단정히 하고 세수도 매일 해라. 취침 전에 손발 깨끗이 씻고 속옷도 자주 갈아입어라. 나도 그렇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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