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聞column

[윤대현의 마음속 세상 풍경] [7] 나만의 '항우울' 필살기

bindol 2020. 6. 16. 05:46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무기력감을 느끼는 분들 중에 몸이 피곤해서인가 싶어 활동량을 줄이고 휴식을 취했는데도 에너지가 되살아나지 않아 당황스럽다는 경우가 있다. 몸이 아닌 마음이 피로해 무기력감이 찾아온 경우는 침대에 누워만 있는다고 해결이 안 될 수 있다.

행동적 항우울제(antidepressant activity)는 먹는 항우울제가 아니라 항우울 효과를 일으키는 행동들을 말한다. 마음의 에너지가 소실되는 번아웃(burnout) 상태가 되면 우울과 무기력감이 찾아오면서 만사가 귀찮은 심리적 회피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이런 반응이 찾아오면 항우울 행동이 줄어들게 되고 그러다 보면 더 우울하고 더 무기력해질 수 있다. 1년 이상을 불 꺼놓은 방에서 컴퓨터로 영상만 보며 다른 사회 활동은 전혀 안 하는 경우도 있다.

마음이 움직여야 생각과 행동도 따라오는 것이 정상적인 흐름이다. 그런데 마음은 영 의욕이 없어도 작은 행동이라도 실천해보면 거꾸로 행동이 생각과 마음에 변화를 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휴일에 웬 등산이냐며 짜증 난 마음으로 끌려나갔는데 마치고 났더니 지친 마음도 재충전되고 등산을 꾸준히 해보려는 생각까지 들 수 있다. 이를 우울증 치료에 적용한 것을 행동 활성화(behavioral activation)라고 한다. 행동을 활성화해 지친 마음을 재충전해 보자는 것이다.

마음도 개발이 필요한 이유는 지금 나에게 효과가 좋은 '행동적 항우울제'가 사람마다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행동적 항우울제 목록을 작성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 어제를 떠올리며 우울한 감정을 만든 행동은 무엇이었는지, 항우울 효과를 지닌 활동은 무엇인지 적어 보는 것이다. 예를 들면, 친구에게 전화하지 않고 또 전화가 와도 받지 않는 것이 기분을 우울하게 했다면 우울 행동 항목에 적고 강아지를 산책시킨 것이 기분을 좋게 해준 것 같다면 항우울 항목에 적어 보는 것이다.

 

우리 마음 깊은 곳에는 긍정의 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는데 우울과 무기력감 같은 부정적 녀석들이 강하게 덮치면 강과 연결된 파이프라인이 막혀 긍정성을 삶으로 흡수하기가 어려워진다. 가만히 있는다고 이 파이프라인이 다시 뚫리지 않는다. 긍정 에너지의 흐름이 막혔을 때 뚫어줄 수 있는 나만의 항우울 필살기를 평소에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행동적 항우울제 목록 작성하기'를 권해 드린다. 마음도 근육처럼 행동해 주어야 더 튼튼해지고 행복감도 늘어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15/202006150450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