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聞column

[동서남북] 민주당은 아픈 것일지도 모른다

bindol 2020. 6. 16. 05:49

정부·국회 장악한 176석 與… 아직도 '약자' '탄압받는다' 생각

황대진 정치부 차장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아프다고 고백했다. 극심한 불안을 동반한 공황 증상에 시달린다고 한다. 직무 수행을 못 하겠다며 "이로 인해 받게 될지 모를 비난이 두렵다"고 했다. 그를 비난할 생각은 없다. 아픈 건 죄가 아니다.

민주당은 당론과 다른 투표를 한 금태섭 전 의원을 징계했다.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는 국회법 정면 위반이다. 민주당의 '단일 대오 강박'이 빚어낸 비민주적 결정이란 지적이 나왔다.

북한 김여정이 "확실히 남조선 것들과 결별할 때"라며 군사행동을 협박한 날, 민주당은 '한반도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북측 입장을 배려하지 못했다" "우리가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학성 발언이 뒤따랐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민주당이 '집단적 강박'에 빠져 있다"고 진단했다. 강박증은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어떤 생각이나 장면이 떠올라 불안해지고 그 불안을 없애기 위해서 어떤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질환이다.

공황이나 강박의 뿌리는 똑같이 '불안'이다. 누군가 나를 해치려 한다고 느낄 때 찾아온다.

이해찬 대표는 불안을 감추지 않는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 11주기 행사에서 "민주당을 향한 검은 그림자는 좀처럼 걷히지 않았다. 지금도 여전히 어른거리고 있다. 참말로 징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총선 전에도 "(어디선가) 공작을 2~3개 정도 준비하는 것 같다"고 했다. 민주당 사람들은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은 씻기 어려운 트라우마가 됐다. 그런 일이 또 생길지 모른다는 불안이 늘 따라다닌다"고 한다.

불안은 자기 힘으로 극복하지 못할 것 같을 때 심해진다. 민주당은 아직도 자신들을 '약자'라고 여긴다. 당 대표를 노리는 한 의원은 "힘이 약한 자의 무기가 정치"란 말을 요즘도 한다. 이제 민주당이 압도적 강자라는 지적에 다른 중진은 이렇게 말했다. "아무리 그렇게 생각하려고 해도 우린 그게 잘 안 된다."

민주당은 여전히 탄압받는다고 느낀다. 조국 사태 때 법무부 장관과 그 가족의 인권침해를 걱정했다. 윤미향 사건도 인권운동에 대한 탄압이라고 한다. 불법 자금을 수수한 한명숙 전 총리는 여전히 '정치 탄압'을 주장한다.

공황과 강박이 심해지면 환시, 환청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한다. '김정은이 결국 핵을 포기할 것' '소득 주도 성장이 경제를 나아지게 할 것' 등 여권이 공유하는 믿음들이 혹시 이런 증상의 발현은 아닐까.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제가 한 말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고 했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씨는 "문 대통령도 불안에 빠져 있다"고 했다. 김씨는 "불안은 오로지 국정을 바르게 수행할 때 덜어진다"는 처방을 내렸다.

공황과 강박은 치료를 받으면 대부분 호전되고 완치될 수 있다고 한다. 그 시작은 정확한 현실 인식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나는 충분히 강하고, 현재 나를 해칠 만한 위협은 없다'는 인식이 불안을 없애고 병을 낫게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현실은 이렇다. 중앙·지방 행정부와 국회 의석 176석을 갖고 있다. 대기업들은 벌벌 떨며 심기를 살핀다. 그나마 위협이 됐던 검찰은 언제든 수사팀을 산산이 해체할 수 있음을 경험했고, 언론도 지상파 방송사를 포함해 대부분 우호적이다. 만에 하나 2022년 대선에서 진다 해도 압도적 의석은 여전할 것이다.

많은 사람이 민주당이 '아픈' 게 아니라 '나쁜' 거라고 한다. 혹시 '아픈 척'만 하는 거라면 지금 이 순간 불안을 느끼는 게 마땅하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15/202006150448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