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곡 이이는 7세 때 '진복창전(陳復昌傳)'이라는 짧은 평전을 썼다. 어떤 인물이길래 일곱 살 소년이 전기까지 썼을까? 진복창은 조선 중종 30년(1535년) 문과에 장원급제했다. 이어 불과 4년 만에 정4품에 해당하는 사헌부 장령에 올랐다. 그러나 중종 말년까지 더 이상 진급은 하지 못한 채 한직이나 지방직을 떠돌았다. 실록은 그의 인품을 이렇게 평하고 있다. "사람됨이 경망스럽고 사독(邪毒)하다." 그가 죽었을 때 사관은 그를 '독사(毒蛇)'라고 적었다. 율곡이 전기를 쓴 것이 중종 37년이다. 그에 관한 평판을 듣고 그런 인간이 되지 않겠다는 어린 소년의 다짐이 그런 글을 쓰게 만들었을 것이다.
젊은 신하들을 중심으로 반(反)진복창 움직임이 거세게 일어났다. 조선의 대표적 암군(暗君)이었던 명종은 "진복창은 강직하고 나라를 위하는 신하"라고 감싸려 했다. 윤원형은 계속 진복창을 옹호하다가는 자기 누나 문정왕후(명종의 어머니)까지 위태로워질 것으로 판단해 진복창을 삼수로 유배 보낸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을 모르는 간신의 불행한 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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