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변(豹變)'은 주역(周易)의 '대인호변(大人虎變) 군자표변(君子豹變) 소인혁면(小人革面)'에서 유래한 말이다. 대인은 호랑이가 털갈이를 하여 위엄을 드러내듯 자신을 근본적으로 개혁하며, 군자는 표범이 털갈이를 하여 새로운 자태로 거듭나듯 과오를 인정하고 자신을 새롭게 하며, 소인은 그저 얼굴빛이나 바꾸는 정도의 변화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호변과 혁면은 사어(死語)가 되었으나 표변은 지금도 자주 쓰는 말로 남았다. 다만 현대 한국인의 언어 관습에서 표변은 이러한 본래 뜻과는 달리 부정적 의미로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황에 따라 종전 태도, 입장을 번복하거나 신의를 지키지 않고 기회주의적 태도를 보이는 것을 '표변하다'의 의미로 사용한다.
재미있는 것은 일본어에서도 표변의 뜻이 부정적이라는 것이다. 일본인들도 상황이나 이해관계 변동에 따라 언행이나 태도가 일변하는 것을 '표변한다'고 표현한다. 얼마 전에는 '평화의 사자에서 독설 악녀로 표변한 김여정'이라는 일본 기사 제목을 흥미롭게 본 적이 있다. 본래 뜻과 멀어진 이러한 사용례를 두고 학자나 식자(識者)들이 본래 뜻에 맞춰 제대로 쓰자고 캠페인을 하는데도 한번 잘못 정착된 언어 습관은 잘 고쳐지지 않는 모양이다. 중국어에는 부정적 의미가 없다고 하니 한국에서 통용되는 표변의 부정적 의미는 일본의 언어 습관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최근 총선에서 참패한 한국의 보수 정당이 표변에 명운을 걸고 있는 듯하다. '창조적 파괴'를 화두로 내걸고 과거와 결별하기를 주저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기존 지지자마저 등을 돌리는 부정적 표변이 될지 새로이 탈바꿈하여 지지 저변을 넓히는 본래 의미의 표변이 될지 기대 반 우려 반 관측이 많다. 보수는 변화에 둔감하다는 인식을 불식하되 지켜야 할 가치는 지키는 보수다운 신중함과 책임감은 견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