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 2월 일본 제국의회 중의원 본회의에서 입헌민정당의 사이토 다카오( 藤隆夫) 의원이 '지나사변 처리에 관한 질문' 제하의 대정부 질문을 한다. 중일전쟁이 진흙탕 싸움이 되면서 일본 국민의 전쟁 피로감이 더해가던 때였다. 그는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대동아 질서'라는 전쟁 명분의 실체를 묻는 한편, 전쟁 장기화로 국력 손실을 초래한 군부의 독선과 무능을 지적하고 정부의 대책을 추궁하였다.
2년 뒤 치러진 총선에서 무소속 출마한 사이토는 군부와 우익의 집요한 방해에도 출마구에서 최다 득표로 당선되었다. 유권자들이 투표로써 사 이토 제명의 부당함에 항의를 표하고 그의 신념을 지지한 것이다. 국론을 저해했다는 이유로 사이토가 겪은 고초는 남의 나라 과거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기시감마저 느껴지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안의 파시즘'을 경계하는 소수를 '배신자'로 낙인찍으며 민주주의를 참칭하는 것만큼 민주주의 모독에 해당하는 것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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