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이 '열하일기' 피서록에서 최성대(崔成大·1691~?)의 '이화암노승가(梨花菴老僧歌)'의 두 구절을 인용했다. "오왕(吳王)이 연극 보다 상투 보고 울었고, 전수(錢叟)는 머리 깎고 사필(史筆)에 의탁했지(吳王看戲泣椎結, 錢叟爲僧托麟筆)." 오왕은 오삼계(吳三桂)다. 청에 투항해 명 멸망에 조력한 후 제 욕심을 채우려고 다시 난을 일으켰던 인물이다. 전수는 전겸익(錢謙益)이다. 청조에 투항해서 자청해 머리를 깎았던 훼절의 인물이다. 최성대는 절의를 말할 가치조차 없는 두 인물을 두고, 오삼계는 명대의 상투 머리를 한 연극 무대 위 인물을 보고 옛 감개에 젖어 눈물을 흘리고, 전겸익은 머리는 비록 깎았지만 속으로는 춘추의 사필(史筆)을 휘둘러 명나라 역사를 서술했다고 치켜세웠다.
|
'정민의 세설신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민의 世說新語] [248] 소인인소(笑人人笑) (0) | 2020.08.02 |
---|---|
[정민의 世說新語] [247] 요동백시(遼東白豕) (0) | 2020.08.02 |
[정민의 世說新語] [241] 관저복통(官猪腹痛) (0) | 2020.08.02 |
[정민의 世說新語] [240] 괄모귀배(刮毛龜背) (0) | 2020.08.02 |
[정민의 世說新語] [239] 기왕불구 (旣往不咎) (0) | 2020.08.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