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장사치의 배가 강진 월고만(月姑灣)을 건너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회오리바람에 배가 그만 뒤집혔다. 뱃전에 서 있던 사람이 물에 빠지자 뱃고물에 앉아 있던 자가 잽싸게 달려가더니 물에 빠진 사람 주머니를 낚아챘다. 그 속에 돈이 두 꿰미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돈주머니를 챙겼을 때 그 자신도 이미 물에 휩쓸리고 있었다. 결국 둘 다 빠져 죽었다.
이 얘기를 들은 다산이 말했다. "아! 천하에 뱃전으로 달려가 주머니를 낚아채지(就艫摘囊) 않을 사람이 드물다. 이 세상은 물 새는 배다. 약육강식이라지만 강한 놈과 약한 놈이 함께 죽고, 백성의 재물을 부호가 강탈해도 백성과 부호는 똑같이 죽고 만다." 다산이 초의에게 준 증언첩(贈言帖)에 나온다.
이덕무가 삼포(三浦)에 살 때 일이다. 어떤 사람이 허리에 돈 열 꿰미를 찬 채 얼음이 녹고 있는 강을 건너다가 반을 채 못 가서 물에 빠졌다. 상반신이 얼음 위에 걸려 버둥대자 강가에 있던 사람이 다급하게 외쳤다. "여보게! 허리에 찬 돈을 어서 풀어버리게. 그래야 살 수가 있네." 그는 그 와중에도 고개를 세게 저으며 말을 듣지 않았다. 두 손으로 돈꿰미를 꼭 움켜쥔 채 마침내 물에 빠져 죽었다. '이목구심서'에 나온다.
남이 찬 멋진 은장도를 옆 사람이 부러워하자 은장도 주인이 장난으로 큰 고깃덩어리를 주며 말했다. "이 고기를 안 씹고 통째로 삼키면 은장도를 주지." 곁에 있던 사람이 서슴없이 고기를 꿀꺽 삼켰다. 고깃덩어리가 목구멍에 딱 걸려 두 눈이 튀어나왔다. 그는 손으로 가슴을 치며 버둥댔다. 고기를 삼키라 한 사람이 놀라서 말했다. "그냥 은장도를 줄 테니 어서 그 고기를 토하게. " 그는 고개를 강하게 저으며 말을 듣지 않았다. 거의 죽을 지경이 되어 겨우 고깃덩이가 내려갔다. 그가 은장도를 취하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토하면 자네가 딴소리할까 봐 참았지." 역시 '이목구심서'에 실려 있다.
침몰하는 배에서 남의 돈을 가로채고, 얼음에 걸려서도 돈꿰미를 놓지 못한다. 사람이 까짓 은장도에 목숨을 걸고도 아무 뉘우침이 없다. 쯧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