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암 박지원의 '마장전(馬駔傳)'은 송욱과 조탑타, 장덕홍 등 세 사람이 광통교 위에서 나누는 우정에 대한 토론으로 시작된다. 탑타가 말했다. "아침에 밥 동냥을 다니다가 포목전에 들어갔었지. 베를 끊으러 온 자가 있었네. 베를 고르더니 핥아도 보고 허공에 비춰 살피기까지 하더군. 그러고는 값은 말 안하고 주인 더러 먼저 불러보라는 게야. 그러더니 둘 다 베는 까맣게 잊었는지 포목장수가 갑자기 먼 산을 보며 구름이 나온다고 흥얼대더군. 사려던 사람은 뒷짐 진 채 왔다 갔다 벽에 걸린 그림 구경을 하고 있지 뭐야." 송욱이 대답한다. "네 말이 교태(交態), 즉 사귐의 태도는 알았다고 할 만하다. 하지만 사귐의 도를 깨닫기는 아직 멀었어." 덕홍이 나선다. "꼭두각시놀음에서 장막을 치는 건 줄을 당기기 위해서라네." 송욱이 또 대답한다. "네가 교면(交面), 곧 사귐의 겉모습을 알았구나. 그렇지만 도는 멀었어." 이런 식의 종잡을 수 없는 대화가 쭉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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