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때 임회(臨淮)에 사는 사람이 비단을 팔러 시장에 갔다.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자 얼른 비단을 머리에 얹어 비를 피했다. 뒤늦게 한 사람이 뛰어들더니 자기도 비를 피하게 해달라고 했다. 그는 자신의 비단 한 끝을 그 사람에게 내주었다. 비가 그쳤다. 젖은 비단을 거두어 정돈하려는데 비를 피하게 해달라던 자가 갑자기 태도를 싹 바꿔 비단이 원래 자기 것이니 내놓으라고 우기기 시작했다. 비단 주인은 기가 턱 막혔다. 마침내 서로 엉겨 붙어 큰 싸움이 되었다.
태수 설선이 지나다가 두 사람을 불렀다. 둘은 태수 앞에서도 기세가 등등했다. 태수가 관리를 시켜 비단을 절반으로 잘라 반씩 나눠 주었다. 그러고는 관리를 시켜 두 사람의 반응을 들어보게 했다. 비단 주인은 원통해 죽겠다며 여전히 펄펄 뛰었다. 비를 피하려던 자는 "나리의 은혜입니다" 하며 고마워했다. 설선이 고맙다고 말한 자를 끌어다가 매섭게 고문해 실토를 받고는 죽여 버렸다.
어차피 비단은 하나뿐이라 둘 중 하나는 거짓말쟁이다. 비를 피하게 해준 은공도 잊고 남의 비단을 가로채려 한 자는 절반을 그저 얻은 것이 기뻐 저도 몰래 나리의 은혜라고 말해 버렸다. 비록 작은 비단 한쪽이지만 풍속의 문제라 설선은 그를 죽여 고을의 기강을 세웠다. '태평어람(太平御覽)' 인사부(人事部)에 나온다.
세조 때 함우치(咸禹治·1408~1479)가 전라감사로 있을 때 일이다. 지체 높은 가문의 형제가 서로 큰 가마솥을 차지하려고 싸우다가 관에 소송을 걸어왔다. 이 말을 들은 함우치가 크게 노해 아전을 시켜 크고 작은 가마솥 두 개를 급히 가져와 때려 부숴서 근량으로 달아 정확하게 반분해 나눠주라고 했 다. 그 말을 들은 형제가 정신이 번쩍 들어 소송을 즉각 취하했다. 깨진 솥의 쇳조각을 다 가져야 작은 가마솥만도 못했기 때문이다.
배은망덕(背恩忘德)도 유분수지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 조금 큰 솥을 차지하겠다고 형제간에 송사를 건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뿐인 작은 잇속 다툼에 목숨을 걸고 천륜을 등진다. 전부 아니면 전무(全無)다. 인간의 탐욕이 끝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