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의 세설신어

[정민의 世說新語] [318] 육회불추(六悔不追)

bindol 2020. 8. 3. 05:47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송나라 때 구준(寇準)이 살아가면서 돌이킬 수 없는(불추·不追) 여섯 가지 후회를 '육회명(六悔銘)'에 담아 말했다. "관직에 있을 때 나쁜 짓 하면 실세해서 후회하고, 부자가 검소하지 않으면 가난해진 뒤 후회한다. 젊어 부지런히 안 배우면 때 넘겨서 후회하고, 일을 보고 안 배우면 필요할 때 후회한다. 취한 뒤의 미친 말은 술 깬 뒤에 후회하고, 편안할 때 안 쉬다가 병든 뒤에 후회한다(官行私曲失時悔, 富不儉用貧時悔. 學不少勤過時悔, 見事不學用時悔. 醉後狂言醒時悔, 安不將息病時悔)."

성호 이익 선생이 여기에 다시 자신의 여섯 가지 후회를 덧붙였다. "행동이 때에 못 미치면 지난 뒤에 후회하고, 이익 앞에서 의를 잊으면 깨달은 뒤 후회한다. 등 뒤에서 남의 단점 말하면 마주해서 후회하고, 애초에 일을 안 살피면 실패한 후 후회한다. 분을 못 참아 몸을 잊으면 어려울 때 후회하고, 농사에 부지런히 힘쓰지 않으면 추수할 때 후회한다(行不及時後時悔, 見利忘義覺時悔. 背人論短面時悔, 事不始審僨時悔. 因憤忘身難時悔, 農不務勤穡時悔)."

사소한 부주의에서 뒤탈이 생기고, 잘나갈 때 생각 없이 행한 잘못이 뜻하지 않은 순간 뼈아프게 내 발목을 낚아챈다. 조금만 대비를 했어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일이 작은 방심을 틈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그때 가서 후회해도 이미 소용이 없다. 그렇다면 어찌할까?

다산은 '매심재기(每心齋記)'에서 그 방법을 이렇게 적었다. "작은 허물은 고치고 나서 잊어버려도 괜찮다. 하지만 큰 허물은 고친 뒤에 하루도 뉘우침을 잊어서는 안 된다. 뉘우침이 마음을 길러주는 것은 똥이 싹을 북돋우는 것과 같다. 똥은 썩고 더러운 것인데 싹을 북돋아 좋은 곡식으로 만든다. 뉘우침은 허물에서 나왔지만 이를 길러 덕성으로 삼는다. 그 이치가 같다(有小過焉, 苟改之, 雖忘之可也. 有大過焉, 雖改之, 不可一日而忘其悔也. 悔之養心, 如糞之壅苗. 糞以腐穢, 而壅之爲嘉穀. 悔由罪過, 而養之爲德性. 其理一也)."

똥은 더럽지만 거름으로 새싹을 북돋운다. 뉘우침은 나쁘지만 행실을 닦는 바탕이 된다. 매심(每心)을 합쳐 회(悔)가 된다. 매번 마음을 점검해서 일이 닥친 뒤에 후회가 없도록 해야겠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6/09/201506090418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