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조 즉위년인 1725년 3월 13일 시민당(時敏堂)에서 '논어' 진강(進講)이 있었다. 군신이 번갈아 '계씨(季氏)' 편을 읽고 토론이 이어졌다.
'예악유도(禮樂有道)' 장의 "천하에 도가 있으면 예악(禮樂)과 정벌(征伐)이 천자에게서 나오고, 천하에 도가 없으면 예악과 정벌이 제후에게서 나온다"는 대목을 두고 강관(講官) 신사철(申思喆)이 말했다. "상하의 명분에 대해 말한 것입니다. 천자는 천하를 다스림에 예악과 정벌로 운용합니다.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얕잡아 보고 윗사람이 권위를 지키지 못해 제후가 월권해서 천자의 일을 하고 대부가 월권해서 제후 일을 하면 이는 이치를 대단히 거스르는 것이어서 망하지 않는 경우가 없습니다."
'서인불의(庶人不議)' 장에서 "천하에 도가 있으면 서인은 논의하지 않는다"고 한 대목을 두고는 이렇게 풀이했다. "윗사람이 치도를 이루면 아랫사람은 자기들끼리 왈가왈부하지 않습니다. 그러지 못할 때 항간의 의논이 들끓게 됩니다. 임금이 덕을 닦아 정사를 펼침에 마땅치 않은 것이 없어야만 인심을 복종시킬 수 있으니, 그러지 않으면 위세로 제압하려 하여도 그렇게 할 수 있겠습니까?" 영조가 대답했다. "어찌 덕을 닦지 않고 위세로 그들의 의논을 막을 수 있겠는가?"
글이 '삼건(三愆)' 장으로 넘어갔다. "군자를 모심에 세 가지 잘못이 있다. 말씀이 아직 이르지 않았는데 말하는 것을 조급함이라 한다. 말씀이 이르렀는데 말하지 않는 것을 감춤이라 한다. 안색을 살피지 않고 말하는 것을 눈이 멀었다고 한다(孔子曰 侍於君子有三愆, 言未及之而言, 謂之躁, 言及之而不言, 謂之隱, 未見顔色而言, 謂之瞽)." 시독관(侍讀官) 이기진(李箕鎭)이 아뢰었다. "젊 은이가 어른을 모실 때는 이처럼 신중해야 하나 윗사람이 굳이 이것으로 꾸짖으려 한다면 이 또한 너무 속 좁은 행동입니다."
안 해야 할 말을 하고, 해야 할 말은 안 하며, 눈치 없이 아무 때나 말하는 것이 아랫사람의 세 가지 허물이다. 이때 덕이 아닌 위세로 입을 막아 꾸짖는 것은 윗사람의 잘못이다. 임금은 그대들의 말대로 하겠다며 이날의 공부를 마쳤다.